반도체 값 상승·AI 투자 기대감
유가·환율·금리 우려 엇갈려
증권가 전망 상단 1만피 훌쩍
반도체 외 업종 순환매 쉽지않아
내년 삼전닉스 이익 30%대 증가
나머지 기업은 18%에 그칠 듯
중동 정세가 임시 휴전 합의 뒤에도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60일간 최종 휴전을 협상하기로 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과 상호 공습이 이어지며 불안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7월 국내 증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실적 기대, 그리고 중동 불안 재점화에 따른 유가·환율·금리 변동성이 맞붙는 장세가 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중심의 이익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장 전반이 함께 오르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와 비반도체의 이익 격차가 큰 데다, 일부 반도체 종목에만 매수세가 몰리면서 지수 상승과 투자자의 체감 수익률도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7월에는 반도체와 AI 인프라 안에서도 이익이 꾸준히 늘고 수익성이 개선되는 기업을 골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이익 전망이 높아진 만큼 코스피 상단도 더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27년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 추정치가 기존 890조원에서 946조원으로 높아진 데 따라 2010년 이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9.9배를 적용하면 코스피 상단은 기존 1만450에서 1만145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반도체에서 다른 업종으로 자금이 고르게 옮겨 가는 순환매는 쉽지 않다며 “고금리 수준 유지를 고려할 경우 기업 선별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570%, 410%로 예상되지만 두 회사를 제외한 기업의 이익 증가율은 64% 수준이다. 내년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증가율은 각각 33%, 38%로 전망되는 반면, 나머지 기업은 18%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주도주 안에서도 이익 증가세가 이어질 종목을 가려야 한다는 의미다.
이 연구원은 6월 초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커졌을 때 코스피가 20일 이동평균선 대비 94% 수준까지 내려갔던 점도 짚었다. 같은 기준을 현재 코스피에 적용하면 차트상 지지선은 7900선으로 제시된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만 오르고 대다수 종목은 하락하면서 지수와 투자자 체감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27일 이후 6월 말까지 코스피·코스닥에서 오른 종목은 105개로 전체의 4.4%에 그쳤다. 반면 2268개 종목이 하락했고 평균 수익률은 -27%에 달했다.
상승 종목 수를 하락 종목 수로 나눈 비율도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수는 반도체가 끌어올렸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대부분 종목이 밀리는 극심한 쏠림이 나타났다는 뜻이다.
김 연구원은 이 같은 쏠림이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 반도체 실적 차별화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2월 말 이란 전쟁 이후 6월까지 한국 반도체 지수는 92% 상승한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지수는 0.02%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코스피 내 반도체 시가총액 비중은 62%로 21%포인트 높아졌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가 함께 움직이면서 한국 증시 전체가 개별 종목처럼 급등락하는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메모리 가격 급등이 스마트폰·PC·게임기 같은 완제품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칩플레이션의 본질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비탄력적 수요의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가격이 올라도 AI 투자에 필요한 메모리 수요가 쉽게 줄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 가격 인상은 비용 부담을 보여주지만, AI 투자 확대 흐름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외국인과 기관의 포트폴리오 조정, 시장 내 제한된 거래 자금은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이를 AI 성장 기대가 훼손된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스마트폰 수요 우려는 예견된 수순”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애플의 가격 인상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둔화되더라도 저전력 모바일용 메모리인 LPDDR 공급 부족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의 LPDDR 구매까지 감안하면 메모리 부족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거시경제 불안이 겹친 조정 국면에 대해 “주가 조정을 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다음 분기 100억달러 규모의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연간 투자 계획도 높인 점에 주목했다. 글로벌 메모리·파운드리 업체의 투자 확대와 2027년 신규 반도체 공장 가동은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 위에 새기는 전공정 장비업체의 성장 전망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동 위험이 일시적으로 누그러져도 비용과 환율을 통한 물가 압력은 남을 수 있다며 “지정학적 위험 완화에도 잔존한 2차 파급”을 경계했다. 유가가 일시적으로 안정되더라도 원가와 환율 변화가 물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는 것이다. 임시 합의 뒤에도 무력 갈등이 재발한 만큼,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가 금리 인하보다 물가 방어에 가까워질 가능성은 7월 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남을 전망이다.
하 연구원은 AI 인프라와 공급망 투자가 소비 부진을 일부 상쇄해 경기 하방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물가 상승 위험은 더 뚜렷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동발 공급 충격이 비용과 환율을 거쳐 뒤늦게 물가에 반영되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도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환경에서는 순이익 증가율보다 잉여현금흐름 증가율이 높고, 2·3분기 이익이 전 분기보다 늘어나며,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영업이익률이 꾸준히 개선되는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효성중공업, LG이노텍,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 대덕전자, 한미약품 등이 이런 조건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증권가에서는 7월에도 반도체와 AI 인프라를 시장의 중심축으로 봤다. 다만 중동발 비용 충격과 고금리, 반도체 쏠림에 따른 시장 내부 약세를 감안하면 현금흐름과 이익 모멘텀, 영업이익률 개선이 함께 뒷받침되는 종목으로 선별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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