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원리를 세계 최초로 정립한 과학자 두 명이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례적으로 순수 과학이 아니라 응용과학 분야에 노벨 물리학상이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글로벌 산업을 재편하고 있는 AI 기술의 파급력을 감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202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8일 발표했다. 왕립과학원은 “인공신경망(ANN)과 머신러닝의 기초를 세우고 발견한 공로로 상을 수여한다”고 설명했다.
홉필드 교수는 원자의 물리적 성질에 착안해 인간 뇌의 정보 전달 경로를 모사한 ANN ‘홉필드 모델’을 처음 개발했다. 힌턴 교수는 기체 확산에 관한 물리학적 공식인 볼츠만 방정식을 활용해 ANN 학습 알고리즘을 처음 정립했다. 이는 구글,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데 초석이 됐다.
힌턴 교수는 오는 30~31일 한국경제신문사와 교육부 등이 공동 주최하는 ‘글로벌인재포럼 2024’의 기조연설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대부' 존 홉필드·제프리 힌턴 노벨 물리학상
존 홉필드, 인공신경망 기틀 닦아…제프리 힌턴, 머신러닝 개척자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 과학자 존 홉필드 프린스턴대 교수(91)와 영국 출신 인지심리학자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76)는 인공지능(AI) 분야 구루로 꼽힌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의 발견과 발명은 머신러닝의 기본 요소”라며 “이들의 연구는 입자물리학, 재료과학, 천체물리학 등 다양한 물리학 주제의 연구를 발전시키는 데 사용됐다”고 평가했다. 엘렌 문스 노벨물리학위원회 의장은 “수상자들의 연구는 이미 큰 혜택을 주고 있다”며 “우리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 신경망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1980년대부터 인공 신경망을 활용한 중요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홉필드 교수는 패턴을 저장하고 재구성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네트워크를 발명했다. 홉필드 네트워크는 물리학에서 원자의 스핀, 즉 각 원자를 작은 자석으로 만드는 속성 때문에 물질의 특성을 설명하는 물리학을 활용한다. 네트워크 전체는 물리학에서 스핀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와 동일하게 설명되며, 저장된 이미지가 낮은 에너지를 갖도록 노드 간의 연결 값을 찾아서 학습된다. 홉필드 네트워크에 왜곡되거나 불완전한 이미지가 주어지면 네트워크는 체계적으로 노드의 값을 업데이트하면서 네트워크의 에너지를 줄여나간다. 이렇게 네트워크는 주어진 불완전한 이미지와 가장 비슷한 저장된 이미지를 단계적으로 찾아낸다.
힌턴 교수는 홉필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새로운 네트워크, 즉 ‘볼츠만 머신’을 개발했다. 이 네트워크는 주어진 유형의 데이터에서 특징적인 요소를 인식하는 법을 학습할 수 있다. 힌턴은 많은 유사한 구성 요소로 이뤄진 시스템을 다루는 통계 물리학 도구를 사용했다. 볼츠만 머신은 머신을 실행할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예시들을 통해 학습된다. 이미지를 분류하거나 학습된 패턴 유형의 새로운 예시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힌턴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현재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머신러닝 분야를 개척하는 데 기여했다.
힌턴은 토론토대 교수 시절 창업한 AI업체 DNN리서치가 2013년 구글에 인수된 뒤 구글 소속으로 연구 활동을 계속하다가 지난해 4월 AI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사표를 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3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규모언어모델(LLM)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말을 이해하고 있다”며 “10년 내 자율적으로 인간을 죽이는 로봇 병기가 등장할 것”이라며 AI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힌턴 교수의 제자들은 AI업계 최전선에서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얀 르쿤 메타 수석AI과학자가 대표적이다. 그는 토론토대 힌턴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다. 2018년 힌턴 교수와 함께 튜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픈AI 공동 창업자인 일리야 수츠케버도 힌턴 교수의 직속 제자로 분류된다. 그는 올해 오픈AI를 나와 세이프슈퍼인텔리전스란 스타트업을 창업해 안전한 AI를 연구 중이다. 이 밖에 애플의 AI연구 책임자로 일한 루슬란 살라후티노프와 딥마인드의 알렉스 그레이브스 등 다양한 AI 석학들이 힌턴 교수 밑에서 AI를 연구했다.
노벨상 수상자는 상금 1100만스웨덴크로나(약 13억3400만원)를 받는다.
노벨위원회는 지난 7일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을 선정했고 9일 화학상, 10일 문학상,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해성/이승우/강경주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