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의 ‘만년 2인자’였던 기아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 완성차 메이커’로 인정받았다.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올린 데 이어 자동차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세계 올해의 자동차상’마저 2년 연속 석권해서다. 유려한 디자인과 탄탄한 품질을 앞세워 ‘제값 다 받고 팔리는 브랜드’이자 ‘가장 매력적인 브랜드’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2023년(11.6%)과 2024년(11.8%) 2년 연속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표 주자인 메르세데스벤츠(9.3%)와 BMW(8.0%)는 물론 세계 판매 1위 도요타(10.3%)도 제쳤다.
1997년 외환위기로 부도가 난 이듬해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된 기아의 변신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기아 사장으로 부임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디자인 기아’를 모토로 내걸고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K5, 쏘울 등을 내놓으면서다. 기아의 디자인 정체성을 담아낸 ‘타이거노즈 그릴’과 한눈에 기아차란 걸 알 수 있게 하는 ‘패밀리 룩’이 모두 이때 탄생했다.
정 회장은 한국만 바라보던 기아의 눈을 해외로 돌렸다. 텔루라이드와 스포티지, 쏘렌토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을 강화해 북미 시장을 공략했고, 도로가 좁은 유럽에는 씨드와 니로 등 소형차를 투입했다. 베스트셀링카를 쏟아내면서 2005년 16조원이던 기아 매출은 지난해 107조원으로 6.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40억원에서 12조6671억원으로 171배 뛰었다.
기아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에도 불구하고 올해 영업이익률 목표를 11%(매출 112조5000억원·영업이익 12조4000억원)로 잡았다. 자신감의 배경에는 관세에 따른 가격 상승 부담을 이겨낼 만한 높은 상품성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6일 ‘2025 월드카 어워즈’에서 소형 전기 SUV EV3가 최고 상인 ‘세계 올해의 자동차(WCOTY)’로 선정된 게 이를 뒷받침한다. EV3는 기아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내놓은 전략 차종으로 실용성을 겸비한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 롱레인지 모델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605㎞에 이른다.
기아는 지난해 대형 전기 SUV EV9으로 세계 올해의 차를 거머쥔 데 이어 2년 연속 최고 자리에 올랐다. 기아는 2020년에도 대형 SUV 텔루라이드로 한국 브랜드 최초로 WCOTY를 수상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혁신적인 기술과 우수한 디자인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