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도축하고 딸기 따는 로봇… 피지컬 AI 현장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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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비전 AI, 0.1초 만에 스캔-좌표… 가슴 가르고 몸체 2분할 작업 가능
작물 익었는지 판별-자동 수확하는 비전 AI 기반 물체 집는 로봇 손도
15일 개막 ‘AFPRO 2026’에서 첫선

“도축 시설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대거 격리되면서 일손이 끊기는 바람에 피해액이 수천억 원에 달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도축 자동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생체비전 인공지능(AI) 로보틱스 기업인 로보스(ROBOS)의 박재현 대표는 1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현대로보틱스 재직 시절 도축 자동화 로봇 개발에 뛰어들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도축이 사람의 손과 숙련된 감각에만 의존하는 공정이라는 점이다.

● AI로 표준화 힘든 생체 좌표 찾는다

로보스의 생체비전 AI 로봇이 돼지 도축 과정 중 세척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로보스 제공

로보스의 생체비전 AI 로봇이 돼지 도축 과정 중 세척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로보스 제공
로보스의 도축 로봇은 라이다(LiDAR·빛이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사물의 형태를 감지하는 센서)로 죽은 돼지와 소의 몸체를 스캔해 3D 입체 이미지를 만든 뒤 절단 좌표를 찍어 로봇 칼로 이등 분할하는 순서로 작동한다.

이 공정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은 좌표를 찍는 일이다. 자동차나 가전제품 조립과 달리 소, 돼지는 개체마다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고 사후경직 과정에서 척추가 틀어지는 등 형태 왜곡까지 일어나 정형화된 규칙만으로는 좌표를 특정할 수 없다.

이에 로보스는 돼지의 뼈·근육 위치 등 25만 개 데이터를 학습한 비정형 생체 인식 AI를 개발해 생체의 해부학적 위치를 실시간 추적하도록 했다. 형태 스캔부터 절단 좌표 계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0.1초다. 로봇은 컨베이어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생체에 맞춰 함께 움직이며 빠르게 도축을 수행한다.

로보스는 내장 적출, 발골(뼈 발라내기) 등 좀 더 섬세한 작업을 하는 양팔 휴머노이드 로봇도 개발 중이다. 이 로봇 역시 로보스의 비정형 생체 인식 AI를 이용해 생체의 크기와 형태를 파악한 후 대상을 잡고 당기며 작업한다. ● AFPRO 2026 AX 특별관서 첨단 AI 기술 선보여

메타파머스 수확 로봇 ‘옴니파머’가 잘 익은 딸기를 따고 있다.메타파머스 제공

메타파머스 수확 로봇 ‘옴니파머’가 잘 익은 딸기를 따고 있다.메타파머스 제공
로보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15일부터 3일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 홀C(Hall C)에서 열리는 ‘2026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박람회(AFPRO 2026)’에서 처음 공개된다. 올해 4회째를 맞는 AFPRO는 국내 최대 규모의 농식품 창업박람회로, 애그테크(AgTech)·푸드테크(FoodTech)·그린바이오(Green Bio) 등 미래 농식품 산업을 이끌 혁신 스타트업 200여 개 사가 참가한다.

특히 올해는 ‘피지컬 AI로 확장하는 농식품 기술의 미래’를 메인 주제로 한 ‘AX(AI 전환) 특별관’이 신설됐다. 이 전시관에는 로보스뿐 아니라 AI 비전 기반으로 농작물을 자동 선별하는 에이오팜 등 ‘농식품 분야 AI 응용 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 사업’에 선정된 25개 기업의 AI 제품이 전시된다.

잘 익은 딸기나 토마토를 따는 메타파머스의 범용 양팔 로봇도 이 행사의 주요 전시품이다. 2022년 서울대 기계공학부 연구실에서 스핀오프해 설립된 메타파머스는 AI 비전과 ‘그리퍼(물체를 집는 로봇 손 부위)’를 결합해 자동 수확 시스템을 구현했다. ‘옴니파머(Omni Farmer)’로 명명된 이 로봇은 AI 기반의 비전 인식 시스템으로 작물의 성숙도를 판별하고 최적의 시점에 수확 작업을 수행하며 작물의 생육 상태와 병해충 발생 여부도 자율적으로 모니터링해 보고하는 기능을 갖췄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올해 박람회는 로봇과 AI가 농업·축산 현장에 실제로 투입되는 ‘피지컬 AI’ 시대의 개막을 보여주는 자리”라며 “현장의 오랜 인력난과 생산성 문제를 기술로 풀어내는 혁신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사업화와 판로 개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AFPRO 2026에서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대상 사업 설명회, 유엔산업개발기구와 공동 개최하는 신흥시장 진출 전략 세미나, 농식품 벤처창업 청년 토크콘서트, 분야별 전문가 1 대 1 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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