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진이 돼지 간을 사람에게 이식한 결과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종 장기 이식 상용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왕린 중국 공군의대 시징병원 교수는 뇌사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돼지 간을 이식한 결과 10일간 정상적으로 작동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6일 발표했다. 지난해 3월 간 이식에 성공했다고 SNS를 통해 발표한 이후 실제 데이터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이식 후 거부반응이 없도록 유전자 6개를 편집한 돼지 간을 뇌사자에게 이식했다. 그 결과 이식된 간이 정상적으로 담즙과 알부민을 생성하고 혈류도 안정적이었으며, 거부반응의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술을 주도한 왕 교수는 “유가족 요청으로 10일까지만 관찰했는데 두세 달까지도 간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간은 다른 장기에 비해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식 난도가 가장 높다. 돼지의 심장, 신장을 이식한 사례는 여럿 있지만 간 이식 성공 사례는 전무했던 이유다. 왕 교수는 “심장은 혈류를 순환하는 ‘펌프’, 신장은 노폐물을 제거하는 ‘필터’ 역할만 하면 되지만 간은 소화작용, 면역작용, 해독작용 등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장기 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2019년 2145명에서 2023년 2907명으로 5년 사이 1.4배로 증가했다. 2023년 기준 5만 명이 넘는 환자가 장기 이식을 기다렸는데 기증자는 483명에 불과했다. 간은 이식 수요가 많은 장기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신장(49.4%) 간(39.9%) 심장(4.5%) 순으로 장기 이식 대기 중 사망자가 많다.
연구진은 뇌사자를 대상으로 두 번째 간 이식도 내부적으로 시행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뇌사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간 이식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왕 교수는 “간 기증을 기다리는 환자를 위한 징검다리 치료로 활용할 수 있다”며 “최종적으로는 돼지 장기가 인간 장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