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 구세군 사령관 인터뷰
“현금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서
거리모금 갈수록 줄어
연말 정국 악화도 악조건
어려울수록 더 지갑 열죠”
서울 충정로 구세군 빌딩 1층 로비에 키오스크가 설치됐다. 반짝반짝 불을 밝히는 크리스마스트리보다 키가 다소 작지만 빨간 색이 도드라진다. 구세군 한국군국 최고 지도자인 김병윤 신임 사령관(60)은 기자와 만나 “7개 영역 중에 기부하고 싶은 곳을 누르고 금액을 선택하면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다”며 “올해는 실험적으로 키오스크 10대를 준비했는데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키오스크에는 아동·청소년·청년 영역, 노인·장애인, 소외 및 불평등 완화 등 7개 분야로 나뉘어져 있고 그중 하나를 누르면 1000원, 5000원, 1만원, 5만원 중 금액을 선택하고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구세군이 변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거리 자선냄비 모금방식이 바뀌었다. 올 연말에도 ‘딸랑딸랑’ 종소리와 함께 빨간색 자선냄비가 거리에 등장했지만 키오스크도 곳곳에 설치되고 있다. 이 변화에 대해 김 사령관은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적다 보니 거리 기부 모금액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시대에 맞춰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거리 모금 부족액은 온라인과 QR 기부, 기업 모금으로 충당돼 오히려 총모금액은 조금씩 더 늘고 있다. 올해 목표액은 거리 모금액 30억을 포함한 총 140억원이다.
구세군이 한국에 진출한 것은 1908년이고, 자선냄비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28년 서울 명동에서다. “첫해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는 동전이 압도적으로 많았죠. 12월 23일이나 24일에는 하루에도 몇통씩 냄비를 갈았어요. 비가 오는 날엔 더 무거워졌죠. 이런 풍경이 2000년대 오면서 지폐가 많아졌다가 2015년부터는 이마저도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정국이 어수선해지면서 시위대가 거리를 뒤덮고 있는 점도 구세군으로서는 악조건이다.
“아무래도 여파가 있지요. 성탄 분위기보다는 관심이 다 정치에 쏠려 있으니까. 그럼에도 희망을 가지는 것은 우리 국민이 위기를 돌파하는 대단한 국민이고 나눔 문화가 성숙해있다는 것이지요.”
모금을 하다보면 통념이 빗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멀리서 ‘저분은 돈이 많아서 넣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그냥 지나치고 ‘어려워 보인다’고 생각하면 넣습니다. 어떤 가족들은 ‘1년 내내 모았습니다’며 돼지 저금통을 넣기도 하고, 돌 반지를 집어넣는 분도 있습니다.”
구세군을 아직도 사회 기부단체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은 개신교 교단이다.
영국 산업혁명 후유증으로 도시빈민이 급증하자 영국의 목사 윌리엄 부스가 1878년 군대식 종교 단체를 창설했다.
“윌리엄 부스는 일반 교회 조직으로는 빈민을 돌보고 악에 대항하기 위한 사역을 펼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 강력한 조직을 만들었어요. 군대식 조직과 계급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위해서.”
다만 저출산과 종교의 위기는 구세군도 비껴가지 않았다. 유럽 구세군 교회는 목회자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고, 한국 구세군 성도도 3만5000명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교인들의 고령화도 문제다.
“구세군 사관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최소 15명이 한 해에 들어와야 하지만 절반밖에 채우질 못하죠. 최근 청소년 리더십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있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요. 청소년들을 위한 투자를 계속해 지속가능한 구세군을 함께 만들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