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LGBTQ 활동가들 만나
2020년에는 ‘동성애자 차별 금지’ 옹호
“동성애자들도 주님의 자녀이고 한 가족에 속할 권리가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0년 성소수자(LGBTQ) 논쟁에서 공개적으로 동성 커플을 지지하며 내놓은 메시지다. 성소수자 권익 옹호에 앞장 서온 교황이 다시 한번 LGBTQ 신자들을 품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바티칸 공관에서 LGBTQ 신자·활동가,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만났다. 로이터는 “8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LGBTQ 활동가들이 성(性) 정체성 확인 치료를 금지한 교황청 조치를 뒤집으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성 정체성 확인 치료는 호르몬을 투여해 성 정체성과 신체적 특징을 일치시키는 요법이다.
회담에선 날선 지적이 오갔으나 교황과 회담에 의의를 두는 참석자들도 적지 않았다. 미국 트랜스젠더 남성인 마이클 새넷은 “트랜스젠더 가톨릭 신자로서 제가 느끼는 기쁨을 교황과 공유하고 싶었다”며 “성 정체성 확인 치료를 통해 얻는 기쁨에 대해 얘기했다”고 밝혔다.
미국 내분비학자 신시아 헤릭도 “교회가 트랜스젠더와 대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교황도 매우 수용적이었으며 트랜스젠더에 공감하며 경청해줬다”고 말했다. 다만 교황청 대변인실은 이번 회담에 대해서는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동안 교황은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 권익을 옹호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2020년에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쫓겨나거나 비참해져서는 안 된다”면서 시민결합법을 옹호하며 법적 보호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난해에는 AP통신 인터뷰를 통해 “동성애는 범죄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아울러 트랜스젠더가 세례를 받고 대부모가 될 수 있도록 했고,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도 승인했다. 동성 커플 축복을 승인하자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보수파 사제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기도 했다.
교황은 동성애 발언으로 구설수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이탈리아 주교 200여명과 만난 자리에서 “신학교가 프로차지네(frociaggine)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프로차지네는 이탈리아에서 남성 동성애자를 경멸적으로 일컫는 혐오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