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금융위기 불안 확산
원유 감산탓 재정난 우려 커져
산유국 달러 유동성 확보 분주
사모 방식으로 긴급 자금 조달
전쟁탓 해외 투자 유치도 냉각
두바이 등 금융허브 위상 흔들
막강한 오일 머니를 자랑하던 중동 산유국들이 이란 전쟁 이후 원유 감산으로 인한 재정난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해외 투자 위축 등으로 경제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국 달러화 고갈 우려로 인해 미국에 통화 스왑 체결을 요청했다. 걸프 산유국들의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UAE 중앙은행의 할리드 무함마드 발라마 총재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들에게 통화 스왑 체결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발라마 총재는 지난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해당 사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UAE 측은 향후 금융 지원을 긴급히 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적으로 통화 스왑 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미국 관리들에게 피력했다. 또 달러화가 부족한 상황에 처할 때 원유 거래에 중국 위안화 등 다른 통화의 사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미국 측에 설명했다.
UAE 측은 미국의 이란 공격이 자국을 비자발적으로 파괴적인 분쟁에 끌어들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UAE는 이란의 집중적인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아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가 타격을 입은 데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출길이 막히면서 경제의 핵심인 달러화 수입원이 차단된 상황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통화 스왑 체결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달러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체결국의 외환시장과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걸프 산유국들 사이에서는 외부 자금 수혈의 필요성이 이미 공감된 상태다. 바레인 중앙은행과 UAE 중앙은행은 이달 50억달러(약 7조3000억원) 규모 통화 스왑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상호 자금 지원을 해주겠다는 뜻이다.
이들은 사모 방식의 달러화 조달도 확대하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걸프 산유국들은 이달 약 100억달러 규모 달러화를 사모 방식으로 확보했다.
사모 방식의 자금 확보는 일부 대형 투자자에게 비공개로 직접 채권을 팔기 때문에 공모 방식에 비해 신속하게 집행되는 장점이 있다. 그만큼 돈이 급하다는 말이다.
아울러 지금까지 투자 대상국으로 안전하게만 여겨졌던 중동이 이번 전쟁으로 인해 위험성이 부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중동의 금융 허브인 두바이의 위상이 이번 전쟁으로 크게 흔들리면서 자본 이탈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산유국들의 경제적 충격은 원유 감산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최근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난달 26일 기준 하루 산유량은 779만9000배럴로 전쟁 직전인 2월 26일보다 22.9% 감소했다. 중동 2위 산유국인 이라크는 같은 기간 하루 418만8000배럴에서 162만5000배럴로 61.2%나 급감했다. UAE도 하루 341만9000배럴에서 189만2000배럴로 44.7% 줄어들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동 주요 국가들은 전쟁 여파로 에너지·물류시설 등을 고쳐야 하고 다시 정상적으로 재가동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경제에 충격을 줄 전망"이라며 "금융 허브 역할을 하던 두바이 등은 도시에 대한 평판도 타격을 입어 손해가 막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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