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 드로다운/폴 호컨 지음·이현수 옮김/644쪽·3만6000원·글항아리사이언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예로 단열이 잘되는 집을 짓는 기술을 생각해 보자. 단열 기술을 이용해 집을 지으면 냉방비와 난방비를 아낄 수 있다. 그러면 당연히 경제적으로 이익이다. 더 좋은 건물을 지어 잘 팔 수 있게 되니 사업의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기도 하다. 동시에 냉난방을 덜해도 되니 그만큼 에너지 자원을 절약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그러므로 환경에도 이득이다.
나는 이런 식으로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되면서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꿩 먹고 알 먹고 환경보호’라고 부르는데, 세상에는 꿩 먹고 알 먹고 환경보호가 가능한 분야가 예상외로 많다. 이런 분야에서는 다들 돈을 벌기 위해 자연스럽게 환경보호에 나서게 되기 때문에 환경을 지키는 일이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더 나아가 기술 강국들은 규제 당국과 산업계가 절묘하게 손발을 맞추며 환경 분야에 대한 여러 가지 제도를 자기 나라 산업계를 돕는 방향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근래에 중국 당국은 자동차용 배터리의 안전 규정을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추세다. 그런데 가만 보면 중국 업체들이 다른 나라 업체들보다 중국의 새로운 안전 규정을 더 잘 맞출 수 있을 때가 많다. 만약 중국 배터리 업체만이 달성할 수 있는 독특한 강점을 중국 당국에서 안전 요건으로 정해 버린다면 아무리 한국 배터리가 성능이 좋더라도 중국에서 규정을 맞출 수 없어 판매할 수가 없다. 즉, 기술 강국에서는 마치 물과 물고기의 관계처럼 정부와 그 나라 기업이 환경 문제를 중심으로 서로 도울 때가 많다. 이런 것은 환경을 위하는 제도가 기업에 손해를 끼친다는 옛 발상과는 완전히 반대다.이렇게 산업과 경제 성장의 기회를 찾는 관점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바라볼 때 마치 참고서처럼 끼고 볼 수 있는 책이 ‘플랜 드로다운’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책들은 종종 기후변화가 너무 심해져서 이제 곧 우리 모두 멸망한다면서 겁을 주는 내용이거나, 아니면 인간의 탐욕 때문에 기후변화가 심각해졌다면서 죄의식을 자극하고 도덕적인 훈계를 하는 내용으로 흐르곤 한다. ‘플랜 드로다운’은 그런 흐름에서 빠져나와 기후변화 시대의 해결책으로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새로운 산업들을 나열해 두면서 그 각각에 대해 충실한 설명을 곁들여 놓은 책이다.
여러 가지 기후변화 대책을 살펴보면서 어떤 것이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 산업에 더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하면서 읽는다면 몇 번을 보아도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단순히 선진국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이런 것도 하고 있으니 우리도 무조건 따라 해야겠다는 수준을 넘어서서, 책을 읽으며 과연 어떤 기술이 기후변화 시대에 한국 경제의 희망이 될 수 있는지를 상상해 본다면 더욱 읽는 맛이 있을 것이다.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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