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막히자 기업금융으로…대출 전략 재편
대기업 대출 두 자릿수 증가…중기·자영업자 제자리
건전성 우선 전략에 금융 소외 심화 우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권의 대출 전략이 기업금융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 와중에 같은 기업금융 안에서도 대기업 대출은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등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은 2.8% 늘어나는 데 그쳤고, 개인사업자 대출은 0.1% 감소하며 사실상 제자리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대출 규제로 영업 여력이 축소된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 부담까지 커지자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낮은 대기업 대출은 적극 확대하고, 경기 둔화로 부실 우려가 큰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대출에는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방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지방은행마저 실제 대출 흐름은 대기업 중심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1년 새 20.0% 늘어나 시중은행 대비 두드러지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2.1%, 개인사업자 대출은 1.4%에 그쳤다.
지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우량 기업 위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전략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은행들은 그동안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핵심 고객층으로 삼아왔지만, 건전성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기업대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뱅)에게도 개인사업자를 필두로 한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재정비 기조가 관찰된다. 올 1분기 인뱅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전년 동기보다 49.97% 증가했다. 절대 규모는 시중은행보다 여전히 작지만, 개인사업자 전용 대출과 비대면 기업금융 서비스를 앞세워 관련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인뱅에게 있어서 개인사업자 대출은 시중은행과의 출혈경쟁과 당국의 대출 규제 조이기에서 벗어나 특장점을 가질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개인사업자는 가계와 기업의 중간 성격을 가지며, 비대면 대출 수요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디지털 기반이 탄탄하고,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인뱅과 최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타깃층이란 평이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 속 건전성 관리도 비상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적은 기업금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기업금융 확대 과정에서도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으로 신용위험이 커진 중소기업·개인사업자보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기업에 여신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기업은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대규모 자금 수요가 꾸준해 건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핵심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대기업대출은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간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경기 둔화와 신용리스크 우려 등의 영향으로 증가폭이 제한됐다”고 진단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3.37%로 장기 평균을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한 반면,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11%에 머물렀다.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낮은 대기업 위주로 여신을 확대하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업대출 확대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질 경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금융 접근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나 취약 업종에 대해서는 과거보다 심사를 더욱 보수적으로 운영한다기 보단 가계대출 확대가 어려운 상황 속 절대적인 취급 수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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