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게 웃기고 지독하게 서글픈 ‘어쩔수가없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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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해외 선판매와 사전 예매 흥행 속에 24일 개봉한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해외 선판매와 사전 예매 흥행 속에 24일 개봉한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청작이자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국제관객상’ 수상작, 그리고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마침내 관객의 품에 안긴다.

소설 ‘액스’를 원작으로 한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이자, 지금까지 그의 작품 중 가장 “웃긴 이야기”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경쟁작으로 초청받은 베니스영화제에서는 아쉽게 무관에 그쳤지만, 현지 비평가들과 관객의 뜨거운 반응, 이어진 토론토에서의 국제관객상 수상까지. ‘어쩔수가없다’는 올해 전 세계에서 개봉한 영화 중 가장 열렬한 환호를 이끌어낸 작품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박 감독 역시 “수상보다는 흥행”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라 밝힌 바 있다.

그의 바람(흥행)은 이미 상당 부분 현실이 됐다. 영화는 전 세계 200여 개국에 선판매되며 순제작비를 상회하는 성과를 거뒀고, 개봉 전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이는 CJ ENM이 배급한 한국 영화 중 역대 최고 해외 판매 실적이기도 하다.

국내 반응 역시 뜨겁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3일 전인 21일 기준 사전 예매량 30만 장을 돌파하며, 올해 한국영화 중 최고의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올 한 해 최대 화제작 중 하나인 ‘어쩔수가없다’는 오는 24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22일 언론 시사회를 개최했다. 영화는 ‘모든 것을 다 이뤘다’고 믿었던 한 가장이 돌연 해고된 이후,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들을 제거해 나가는 생존 투쟁을 그린다.

통상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미스터리 장르가 범인을 추적하는 구조라면, 이 작품은 출발선에서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명확히 밝히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후, 살인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전 과정을 철저히 범인의 시선에서 따라간다. 평범한 범인(凡人)이 궁지에 몰릴 때 어디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아름답고, 기괴하고, 우스꽝스럽고, 처연하게 펼쳐 보인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해외 선판매와 사전 예매 흥행 속에 24일 개봉한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해외 선판매와 사전 예매 흥행 속에 24일 개봉한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

박찬욱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찬욱표 블랙코미디의 ‘코어’라고도 할 수 있는 ‘딜레마’에 대해 언급했다. 영화에는 살인에 대한 딜레마, 가족 간의 딜레마, 하다못해 반려동물까지 다양한 종류의 딜레마가 등장한다.

그는 “딜레마, 제가 참 좋아한다.(웃음) 내가 천착하는 건 ‘짜장면 먹을까. 짬봉 먹을까’가 아니라 아니라 윤리, 도덕적인 딜레마”라며 이번 영화는 “‘어느 쪽을 선택해야 덜 나쁠까’라는 질문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이어 “이런 고민을 관객도 함께 안고 가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작 ‘헤어질 결심’과의 비교도 이어졌다. 그는 “‘헤어질 결심’이 시적이었다면, 이번은 산문에 가까운 영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헤어질 결심’이 여백이 많은 작품이라면, ‘어쩔수가없다’는 빈틈없는 영화다. 전작이 여성의 이야기였다면 이번은 아주 남성적인 이야기고. 두 작품이 완전히 다른 결이니, 전작을 좋아했던 관객도 이 영화는 또 다르게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비단 영화는 해고당한 한 남성의 특이하고 극단적인 선택만을 다루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고용불안은 국적을 막론한 보편적 정서이자 실존적 공포다.

박 감독은 “영화 일을 하는 우리도 작품이 끝나면 바로 실직 상태에 놓인다. 지금은 버티고 있지만, 언젠가 일이 들어오지 않거나 투자가 끊긴다면 어떡하지? 그런 불안이 늘 있다”며, 작품의 기저에 깔린 의미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의 독하게 웃기고 지독하게 서글픈 이야기. ‘어쩔수가없다’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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