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받은 차별을 갚아주고 싶었다”던 손흥민처럼…김민재도 피할 수 없었던 수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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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뮌헨은 통산 34번째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을 확정한 뒤 김민재의 이미지가 빠진 우승 기념 포스터를 각종 구단 채널에 게시했다가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뒤늦게 김민재를 포함시켰으나 전세계의 많은 팬들로부터 크게 질타를 받은 직후라 진정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진출처|바이에른 뮌헨 SNS

바이에른 뮌헨은 통산 34번째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을 확정한 뒤 김민재의 이미지가 빠진 우승 기념 포스터를 각종 구단 채널에 게시했다가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뒤늦게 김민재를 포함시켰으나 전세계의 많은 팬들로부터 크게 질타를 받은 직후라 진정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진출처|바이에른 뮌헨 SNS

바이에른 뮌헨(독일)이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2024~2025시즌 분데스리가 우승 축하 이미지와 영상에서 중앙수비수 김민재를 삭제했기 때문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4일(한국시간) 끝난 라이프치히와 정규리그 3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3-3으로 비겨 23승7무2패, 승점 76에 머물렀으나 5일 프라이부르크와 2-2로 비긴 2위 레버쿠젠이 19승11무2패, 승점 68에 묶이면서 잔여 2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통산 34번째 정상에 섰다. 2012~2013시즌부터 리그 11연패 위업을 달성한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시즌 레버쿠젠에 우승을 내줬으나 한 시즌 만에 타이틀 탈환에 성공했다.

김민재도 웃었다. 나폴리(이탈리아)에 몸담았던 2022~2023시즌 소속 팀을 33년 만의 세리에A 우승으로 견인한 그는 2년 만에 또 하나의 유럽 빅리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분데스리가는 세리에A,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유럽 4대 리그로 분류된다. 무대를 넘나들며 빅리그 우승에 성공한 한국선수는 그가 처음이다.

김민재의 활약은 눈부셨다. 이번 시즌 43경기(3골)를 뛰었다. 리그에선 32경기 중 27경기(2골)에 선발로 나섰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와 DFB포칼에서 각각 13경기(1골), 3경기를 소화했다.

그러나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는 좋지 못했다. 다요 우파메카노, 요시프 스타니시치, 이토 히로키 등 대다수 수비수들이 전열을 이탈하면서 쉴 틈 없이 뛴 김민재는 발목 통증과 아킬레스건염, 어지럼증으로 100% 힘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로테이션 없이 헌신한 그에게 돌아온 것은 강한 채찍질과 질책이었다. 경기 중 실수를 범할 때면 독일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더 서글픈 것은 팀으로부터 배제된 사실이다. 김민재는 우승 주인공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처음 바이에른 뮌헨이 게재한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SNS)상에 띄운 우승 축하 포스터에는 그의 이미지가 없었다. 부상으로 오랜시간 이탈한 다요 우파메카노도 섬네일에 포함됐는데 김민재는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바이에른 뮌헨은 많은 팬들의 항의를 받았다. 국내 팬들도 많았으나 해외 팬들도 적지 않았다. 우승 주역을 굳이 배제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불만의 게시글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결국 예기치 못한 논란을 자초했다. 인종차별이다. 독일은 유럽에서도 아시아 비하가 심한 국가 중 하나다. 뒤늦게 이미지를 바꾸긴 했으나 때는 늦었다.

새삼스럽진 않다. 국가대표팀과 토트넘(잉글랜드)에서 주장으로 활약하는 손흥민도 독일의 ‘인종차별’을 피하지 못했다. 과거 함부르크에서 성장해 레버쿠젠을 거쳐 토트넘으로 이적한 그는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뒤에도 독일 시절의 아픔을 잊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은 지금도 자신의 축구인생 가운데 가장 짜릿한 기억 중 하나로 독일과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을 꼽는다. 2-0 한국의 승리로 끝난 이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쐐기골을 책임진 손흥민은 “어릴 적 독일에서 정말 힘든 생활을 했다. 인종차별도 심했다. 언젠가 꼭 갚아주고 싶었다. (내 득점이 나오고) 독일인들이 많이 울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통쾌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도 독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하다. 세월이 흘러 김민재가 짙은 아쉬움을 공유하게 됐다. 실력만큼은 톱 레벨이지만 변방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매 경기, 시즌 내내 모든 걸 쏟아붓고 있음에도 칭찬보다는 혹평이 가득하다. 빌트와 키커 등 현지 주요 매체들이 그를 높이 평가하는 보도는 찾기 어렵다. 외로운 그를 감싸주는 건 구단도, 팬들도 아닌 뱅상 콩파니 감독이 유일하다. 독일 언론이 꼬투리를 잡으려 할 때마다 유일하게 나서준다. 김민재에게는 참 견디기 힘든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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