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구 신설" "내부조직 강화"…금융소비자보호 기능 놓고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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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에 바란다]⑨금융
전문가 30인 설문조사
절반 이상 "정권 초기 신속추진"
예산 독립 편성 권한 부여도 꼽아
금융위·금감원 역할·기능 중첩
책임 미루며 리스크 선제 대응 어려워

  • 등록 2025-05-22 오후 6:13:11

    수정 2025-05-22 오후 7:14:31

[이데일리 김국배 이수빈 기자] 전문가들은 현행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이원화 체계에 대해 ‘개편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는 역할 중복과 견제·균형의 실종이다.

현행 금융감독 체계는 17년 전인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짜여진 구조다. 하지만 금융감독의 정책과 집행이 나뉘면서 감독 과정에서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감독 집행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를 적시에 정책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줄곧 제기돼 왔다. 빅테크, 가상자산 등 새로운 금융 리스크가 빠르게 부상하는 가운데, 정책·집행의 분절화는 선제적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위가 성장 중심의 금융산업정책과 건전성 중심의 금융감독 정책을 모두 다루면서 산업 육성과 소비자 보호라는 이질적 목표가 충돌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흔히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체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금융감독 당국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금융위가 금감원의 상위 정책기관으로서 추진한 사모펀드 규제 완화 정책이 라임 ·옵티머스 사태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데일리가 국내 대학 경제학과 교수와 금융당국 관계자 등 소속 전문가 30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현 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응답자의 56.7%가 ‘역할 중복’, 40%가 ‘견제와 균형 상실’을 꼽았다. ‘정치적 독립성 부족’을 꼽은 비율도 16.7%였다. 응답자들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역할·기능이 중첩돼 정책 혼선이 자주 보인다” “감독 당국의 정책 시그널이 일치해야 금융시장 안정이 보장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복현 현 금감원장 체제에서도 상급기관인 금융위와 엇박자를 낸다는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감독 일원화하고 예산 독립시켜야

결국 금융위의 금융산업 정책 기능은 떼어내고, 금융감독 정책과 금감원의 금융감독 집행 기능을 일원화하자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과 집행의 일원화는 글로벌 트렌드”라고 했다.

특히 금융감독기구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제도적 장치로는 ‘예산의 독립 편성 및 집행 권한 부여(56.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여전히 정권에 따라 정책 집행의 일관성 등 금융감독 체계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독기관의 독립성과 책임성 강화다”며 “정치권의 간섭을 줄이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위험 중심 감독(Risk-Based Approach·RBA) 체계를 확립해야만 미래의 복잡한 금융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금융 소비자 보호 기능 정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독립적인 기구로 신설해야 한다”는 응답이 50%로 가장 높았지만 “금감원 내부 전담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40%나 됐다. 민주당에선 금감원을 가칭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나누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최근 민주당 10대 정책 공약에 정부조직 개편 내용이 담기진 않았다. 우선순위가 높진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반면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언제 실행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질문에는 대다수 응답자(53.3%)가 “차기 정권 초기 국정과제로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충분한 연구와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30%였다. “정권과 무관하게 중장기 로드맵을 기반으로 추진하자”는 대답은 13.3%, “기존 체계 내 점진적 개선”은 3.3%로 나타났다. 앞으로의 개편 논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로는 60%가 ‘감독기구 간 책임과 권한 명확화’라고 답했다.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33.3%)’, ‘디지털 금융 등 미래 환경 변화 대응력(20%)’ 등이 뒤를 이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정답 없다’ 당국은 개편에 회의적

외부 전문가 사이에서 개편 필요성이 공론화되는 흐름과 달리 전·현직 금융당국 관계자의 반응은 온도 차가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그동안 금융 쪽 일을 하고 감독체계 개편에 실무적으로 관여했던 경험에 기초해 말씀드리면 여러 방식이 존재하며 장단점이 있었다”며 “결론적으로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현행 체계 유지에 무게를 둔 셈이다.

한 전직 금융위원장도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 등 대외 변수로 금융시장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에 경제부처 개편 논의를 꺼내는 건 시기상 적절치 않다”며 “현 체계가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 구조보다 명백히 우월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금감원을 둘로 나눠 소비자보호 기능을 독립시키자는 방안에 대해 개편 대상인 금감원에선 부정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하는) 쌍봉형 구조는 현실적으로 ‘정보 단절’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당국 개편과 관련해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대통령 직속기관 하 추진하되 다양한 공청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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