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오피스 초과공급?…"인허가·공사비 리스크로 부족"

5 hours ago 2

2030년까지 초과 공급 우려가 나왔던 서울 도심 중심업무지구(CBD) 오피스가 사실상 ‘공급 가뭄’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인허가 물량은 늘었지만 공사비 상승,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제, 고금리와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 속도가 나지 않아서다. 신축 프라임 오피스(연면적 10만㎡ 이상) 수요는 계속 늘고 있어 임대료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2031년까지 도심 오피스 149만㎡ 불과

17일 GL산업개발, 한호건설 등 개발업체(시행사)가 발표한 오피스 보고서를 한국경제신문이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CBD에서 2026~2031년 공급되는 오피스는 149만㎡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그간 주요 부동산 서비스 기업은 같은 기간 CBD에 공급될 대형 오피스가 총 429만㎡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인허가 등을 고려할 때 실제 공급은 3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 PF 대출 규제, 금융회사의 우려 등으로 오피스 개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입지, 공사비, 사업성, 인허가 이슈 등 프로젝트별 특성과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실질 공급량은 인허가 물량에 비해 현저히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오피스 초과공급?…"인허가·공사비 리스크로 부족"

내년 공급이 가능한 사업은 을지로3가 6지구, 공평15·16지구, 을지로3가 12지구 등 3곳이다. 2027년은 없고, 2028년은 명동구역 제1지구 재개발, 을지로3가 9지구, 세운6-3-3구역, 수표지구 등 4곳이다. 2029년에는 을지로3가 1·2지구, 마포5구역 10·11지구, 돈의문 2재정비촉진지구 등 10곳이 준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은 관수동 3지구(서울극장), 무교다동 29지구 등 6곳으로 다시 줄어든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조달 측면에서 볼 때 초대형 오피스는 용적률이 1000% 이상이고, 3.3㎡당 공사비와 토지비 등을 합친 원가가 3500만원 이하여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토지 조달비가 낮은 개발사업이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 경기 둔화로 공사 속도 나지 않아

오피스 공급에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CBD가 구도심이기 때문이다. CBD는 획지 구획이 정리된 여의도업무지구(YBD), 강남업무지구(GBD)와 다르다. 소규모 개별 필지로 구성돼 있어 정비사업이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허가(사업시행인가), 이주, 명도 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단계마다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사업 추진 일정에 차질을 빚기 일쑤다. 한 시행사 대표는 “CBD 오피스 공사 기간은 통상 42~58개월”이라며 “2030~2031년까지 공급되려면 관리처분인가나 사업시행인가 단계여야 하는데 그런 프로젝트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인허가를 받았더라도 실제 준공까지 마무리되는 사업이 많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PF 대출을 받는 게 쉽지 않은 데다 시공사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준공 후 오피스 건물이 임대 물량으로 전부 나오는 것은 아니다. 2031년까지 공급되는 오피스 중 18만3000㎡는 사옥 용도로 지어지고 있다는 게 개발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에 멸실 면적까지 고려하면 공급 물량은 더 줄어든다. 한 시행사 대표는 “사옥을 제외하면 실제 공급량은 130만8000㎡에 불과하다”며 “2030년까지 연평균 공급 물량은 최근 10년간 서울시 연평균 공급 물량(52만2000㎡)의 절반 수준인 26만2000㎡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프라임 오피스 공급 부족으로 임대료 상승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상업용 부동산 기업 관계자는 “지난 15년간 CBD에 공급된 프라임 오피스의 신규 공급 시점에 임차인 이전 사례를 분석한 결과 약 84%가 다른 지역이나 A급(연면적 3만3000㎡ 이상) 오피스에서 옮겨 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30년 넘은 노후 자산은 선호도가 떨어지고 핵심지의 프라임 오피스 수요는 꾸준한 상황이어서 공급 감소로 임대료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