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이 사라졌다" 편의점 갔다가 '당황'…무슨 일이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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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CU 점포의 간편식 매대가 비어 있다. 사진=오세성 기자

한 CU 점포의 간편식 매대가 비어 있다. 사진=오세성 기자

"샌드위치가 반값이라길래 들렀는데 제품이 없더라고요. 이제는 다른 편의점으로 가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편의점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서울로 출근하는 경기도민 현모 씨는 "CU에서 할인 행사를 한다기에 갔다가 헛걸음만 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에서 도시락과 김밥, 샌드위치 등 간편식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일선 CU 점포의 간편식 진열대는 텅 비었고 수급 지연 안내문도 붙었다. 제품이 잘 팔려서가 아니라 공급망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편의점지부 CU지회는 BGF리테일의 물류를 담당하는 BGF로지스를 원청으로 지목하고 배송 기사와의 직접 교섭,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 7일부터 물류 공급 중단에 나섰다. 이후 BGF리테일의 주요 물류거점과 충북 진천의 간편식 생산시설 등이 잇따라 봉쇄되면서 생산된 간편식이 점포까지 전달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CU는 4월 한 달간 평일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주말에는 종일 간편식 전 상품을 50% 할인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어 타격이 더 크다. CU는 올 1분기 간편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7% 늘자 간편식을 '고물가 시대 한 끼 대체재'로 굳히기 위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준비했다. 공격적으로 손님을 끌어모으는 판촉전에 들어갔지만 정작 물류 차질로 팔 물건이 부족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한 CU 점포에 간편식 할인 전단이 붙어 있다. 사진=오세성 기자

한 CU 점포에 간편식 할인 전단이 붙어 있다. 사진=오세성 기자

화물연대와 BGF로지스는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CU에 납품되는 물품을 운반하는 배송 기사들이지만 현행법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BGF 측은 편의점 물류가 BGF로지스에서 물류센터, 운송사, 기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계약 구조로 운영되는 만큼 직접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 고용노동부도 이번 사안을 원·하청 교섭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갈등이 길어지는 사이 점포 현장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간편식은 편의점에서 아침과 점심 수요를 끌어오는 핵심 품목이다.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김밥을 사러 온 손님은 음료나 디저트, 생활용품까지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간편식 매대가 비면 점포 방문객과 매출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다.

서울 동작구의 한 CU 점주는 "파업 이후 간편식이 평소의 절반도 들어오지 않는다"며 "50% 할인 안내문을 보고 들어왔는데 왜 제품이 없냐며 나가는 손님이 많다"고 토로했다. 서울 중구의 한 점주도 "손님들은 간편식을 사러 왔다가 눈에 띄는 상품 두어 개를 더 담아가고는 하는데, 간편식이 없으니 손님 발길도 줄고 매출도 평소보다 30%는 떨어졌다"며 "주변에 경쟁 편의점이 많은데 CU에는 물건이 없다는 인식이 퍼질까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시 정촌면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경찰이 민주노총 화물연대 CU지회 노조원들을 막아 서고 있다. 물류센터 정문 앞에는 진입을 시도하던 노조 차량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경남 진주시 정촌면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경찰이 민주노총 화물연대 CU지회 노조원들을 막아 서고 있다. 물류센터 정문 앞에는 진입을 시도하던 노조 차량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사태는 20일 인명 피해까지 나오면서 더욱 접점을 찾기 힘들어졌다. 당시 물류센터에서 대체 물류 차량이 나오자 화물연대 집회 참가자들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사 갈등이 물류 차질을 넘어 인명피해로 번지면서 현장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점주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 물류 차질이 아니라 점포 생계가 걸린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편의점 업계에서 CU에 실망해 다른 편의점으로 이탈한 소비자를 다시 돌아오게 만들기는 어렵다고 본다.

CU가맹점주연합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어떠한 결정권도 없는 점주들이 가장 직접적이고 큰 피해를 감당하고 있다"며 "필수 상품의 미입고는 진열대가 비는 것을 넘어 매출 손실과 고객 이탈로 이어진다. 점주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문제"라고 호소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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