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지도 반출요구보다 편익 개선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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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즈음. 경기도 어딘가를 대중교통으로 찾아가야 했는데, 당시로서는 스마트폰에서 가르쳐 주는 정보가 가히 혁명적이었다. 그때는 그렇게 많은 데이터나 앱이 있지도 않았다. 무엇을 어떻게 찾았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그때 느꼈던 감동만큼은 여전히 살아있다.

지금도 많은 정보를 지도 앱에서 찾는다. 지도 앱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중 하나다.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에서 맛집 리뷰를 찾기도 하고, 쿠폰 정보도 얻는다. 길찾기(내비게이션)는 그 중 일부다. 다양한 지도 앱을 사용하지만 구글맵을 열어본 적은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앱과 비교해 구글맵에는 한국 정보가 그닥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이 우리 국민들에게 큰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길찾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하나의 앱이나 플랫폼이 좋은 정보를, 그것도 편리한 인터페이스(UI)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지도만 만들어 두면 사용자들이 알아서 리뷰를 남기고 정보를 교환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어떤 정보를 조합해 서비스를 내놓을지 기획을 하고, 때로는 일일이 가게들을 찾아 마케팅도 하고, 또 수많은 개발자들이 이를 구현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보기술(IT)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기업들의 이름을 딴 '네카라쿠배당토'는 어찌보면 그 노력의 방증이다. 그만큼 많은 개발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이고,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플랫폼 기업들은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이름까지 만들만큼 선호하는 회사가 된 것이다.

다시 지도 이야기로 돌아와보면, 구글은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청하기 이전에 더 많은 한국인이 구글맵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투자를 해야 했다. 지금도 구글에 지도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의 이유로는 한국인의 편의나 산업적 측면보다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가 가장 크다. 물론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라는 더 큰 배경이 있지만, 이를 떠나 반출의 실익만을 놓고 따지면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구글이 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해 설명하며 2030년까지 한국에 약 18조4600억원의 누적 매출이 추가 발생할 것이라는 수치를 인용해 화를 키웠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은 보도자료에까지 이호석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연구원과 곽정호 호서대 교수의 논문을 인용해 가며 경제 효과를 강조했다. 해당 논문은 국내 공간정보 산업에 대한 국내 기관의 전망치와 해외 공간정보 산업에 대한 전망치를 단순 비교하며 매출 추가가 발생할 것이라 전망해 학계와 업계의 공분을 산 논문이다. 구글에 지도만 주면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안보를 가장 우선에 두고 심의할 우리 정부와는 해당 사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해야겠지만, 국민들과 산업계 종사자들에게도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플랫폼 개발을 위해 누구보다 많은 투자를 하는 구글이기 때문에 황당한 경제효과보다는 차라리 앱 활성화와 국내 산업 성장을 위해 어떤 투자를 할 것인지 강조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구글코리아는 9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한국 지도 서비스 논란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구글코리아는 9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한국 지도 서비스 논란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문보경 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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