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권한대행 탄핵]
151명 기준 가결속 직무정지 수용
거부 땐 경제적 악영향 우려한 듯
법조계 “직무 중단 타당” 견해 많아
“탄핵소추안 표결은 무효다. 권한대행은 직을 유지해달라.”(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혼란과 불확실성을 보태지 않기 위해 직무를 정지하고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27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에 A4용지 3장 분량의 입장문을 냈다.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로서 직무를 중단하고, 헌재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내용이었다. 권 권한대행이 “탄핵소추는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위법한 만큼 한 대행이 직무를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한 총리가 헌법에 따라 권한대행 직무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 정부 관계자는 “직무정지를 거부한다면 국정에 많은 혼란이 생긴다”며 “그런 상황은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헌재에 “직무정지를 풀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나 별도의 권한쟁의 심판을 낼 계획은 없다고 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 총리 본인이 손해를 봐도 별도 법적 대응은 안 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하게 되면 정치 혼란은 더욱 커지고, 그러면 외국인 투자 심리가 얼어붙는 등 우리 경제에 악영향이 될 것이라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탄핵 소추된 공직자는 헌재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직무가 정지된다고 헌법은 규정하고 있다. 그런 만큼 앞서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장과 검사, 장관을 비롯한 29명이 탄핵소추될 당시에도 직무정지에 대한 논란은 없었다.
그런데 한 총리의 직무정지 여부를 놓고 돌연 논란이 불거진 건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어떻게 봐야 할지 헌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헌법은 총리, 장관을 비롯한 공무원을 탄핵할 때는 ‘재적 의원 과반(15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정하고 있지만 대통령을 탄핵할 때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200명)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의결정족수 논란과는 별개로 한 대행이 탄핵소추 의결서를 전달받은 뒤부터는 직무를 중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많다. 한 총리가 탄핵안이 가결된 뒤 권한대행 직무를 그대로 수행하다가 헌재에서 ‘의결정족수는 151명이 맞고 적법한 탄핵’이라고 결론 낼 경우엔 사회 혼란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헌재 결정 때까지 한 총리가 했던 결정이 무효가 될 수 있어서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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