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작품·연출 등 주요상 수상 기대
2016년 초연 … 작년 미국 진출
인간 돕는 로봇의 사랑 이야기
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로봇 이야기를 다룬 대학로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미국 연극·뮤지컬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토니상에서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2016년 국내에서 초연되고 나서 작년 11월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하자마자 이룬 쾌거다.
국내 창작진이 만들고 국내에서 공연된 작품이 브로드웨이에 판권이 팔리고 토니상 후보에 등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중음악, 드라마, 영화에 이어 뮤지컬도 이제 한류를 이끄는 K컬처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음달 실제 수상까지 이어지면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수상한 것만큼이나 기록적인 업적이 될 전망이다.
2일 NHN링크와 토니상 주최 측에 따르면 '어쩌면 해피엔딩'은 올해 열리는 제78회 토니상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 △연출상 △각본상 △음악상(작곡·작사) △오케스트레이션(편곡상) △무대 디자인상 △의상 디자인상 △조명 디자인상 △음향 디자인상 등에서 후보에 자리했다. 남우주연상 후보 대런 크리스(Darren Criss)를 포함하면 총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토니상은 미국 최고 권위의 공연계 시상식으로 올해는 브로드웨이에서 지난해 4월 26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공연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시상식은 다음달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열린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전통을 자랑하는 드라마 리그 어워즈에서도 △뮤지컬 부문 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등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기 위해 제작된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일 테노레'를 만든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함께한 작품으로 지난해 11월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했다. 작년 말 평균 객석 점유율이 99%에 달한다. 인기에 힘입어 미국 공연은 내년 1월 17일까지 연장됐다.
뮤지컬 업계에서는 '어쩌면 해피엔딩'이 국내 창작진이 만든 K콘텐츠로 한국 시장에서 먼저 검증받은 작품임에 주목한다. 앞서 국내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제작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도 미국 브로드웨이에 성공적으로 진출했지만 순수 한국 콘텐츠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이뤄지지 않는 아픈 사랑이라는 한국적 감수성에 인공지능(AI)이라는 미래성까지 더한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10월 국내에서도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NHN링크 관계자는 "우리가 투자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이 작품성을 인정받은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