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이후 대학가는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로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민주노총 측은 서울 소재 15개 대학(원청)을 실질적 사용자라고 주장하며 교섭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미 지방노동위원회는 일부 대학과 대학병원(조선대, 전북대)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놓고 있다.
대학 캠퍼스는 단순한 사업장이 아니다. 대규모 시설 관리(청소·경비·시설관리 등) 수요가 상시 존재하는 복합 공간이자, 교직원·학생·연구원 등 다양한 주체가 생활하는 공동체다. 어느 대학병원의 경우 하청업체만 수십 개에 달할 정도로 구조가 복잡하며, 외부인의 시설 이용도 잦아 이해관계가 촘촘히 얽혀 있다.
17년 등록금 동결에 하청 교섭 부담까지… 고사 직전의 대학 재정
문제는 대학의 재정 여건이다. 지난 17년간 사실상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노란봉투법 대응을 위한 추가 재원을 확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청 근로자의 처우 개선에 공감하는 학생들조차, 그 결과가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진다면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누구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대학이라는 공간이 가진 특수한 경제 구조와 구성원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장의 가장 큰 고충은 ‘불확실성’이다. 대학이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하청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 지위를 갖게 되는지 그 기준부터가 모호하다. 설령 사용자 지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청소·경비 등 업종별로 어떤 근로조건(교섭의제)에 대해 교섭에 응해야 하는지는 더욱 불투명하다.
캠퍼스라는 복합 공간의 특수성 외면한 ‘사용자성’ 확대의 딜레마
대학이 청소·경비·시설관리 등 하청업체 근로자들에 대해 어느 정도로, 또 어떤 방식으로 업무지시 등을 했을 때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한다고 볼 수 있는지, 하청업체의 구체적인 업종·유형별로 어떤 근로조건(교섭의제)에 대해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지, 단체교섭을 할 때 원청(대학)과 하청업체(용역업체 등)의 관계 및 구체적 교섭 절차(하청업체의 참여 여부 및 그 방법)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의 문제에 관해서 향후 노동위원회 및 법원의 판단이 확립되어야 이러한 혼란이 잦아들 것이다.
결국 이 혼란을 잠재우고 대학 운영의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사용자성 인정 요건과 범위에 관한 명확한 원칙과 법리가 확립되어야 한다. 명확한 원칙을 법령에 정비하지 않은 채 노란봉투법 시행을 강행한 점은 뼈아픈 실책이다. 이미 법이 시행된 이상, 현장의 소모적인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사법부와 고용노동부 등의 신속한 법리 정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최영찬 변호사는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에서 13년간 근무한 교육 및 인사 분야 전문가로, 법무법인 바른에서 ‘사학구조개선 및 학교분쟁대응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학교법인의 재산과 회계‧부동산‧교직원 인사노무‧형사 등 제반 법률 문제에 관해 종합적이고 차별적인 솔루션을 제시하고자 하는 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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