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종시 아파트 호가가 5000만원가량 오르고 지난달 거래량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이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을 재추진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재료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시 아파트 거래량은 71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372건)과 비교했을 때 2배 가까이 느는 수준이다. 지난해 11월부터 거래량이 늘기 시작해 지난달 최근 3년 새 최대를 나타낸 것이다.
시장의 매수심리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아실의 주택가격심리지수(KB부동산 통계 기반)는 지난달 31일 43.6을 기록했다. 작년 12월 23일을 기점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직 아파트를 사기보다 팔려는 심리가 더 크긴 하지만, 작년 이맘때(6.4)와 비교하면 7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올해 들어 반곡, 소담, 어진동의 주요 단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세종의사당이 들어설 예정인 세종동(S-1 생활권)과 인접한 지역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6억4000만원에 거래됐던 반곡동 ‘수루배1단지캐슬&파밀리에디아트’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어진동 ‘중흥S클래스센텀뷰(한뜰마을6단지)’ 전용면적 84㎡는 3월 7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는데, 지금은 8억5000만원(9일, 같은 층 기준)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매물은 감소하는 추세다. 최근 한 달 새 인터넷에 등록된 매물 4.5%가 줄었다. 지난달 거래 증가 속에 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어진동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대통령실 세종 이전과 관련된 보도가 나온 이후 매물을 거두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로 호가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종시 아파트값 전망과 관련해 정치적인 요인뿐 아니라 수요와 공급, 공기관 입주 등 다양한 변수를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전문수석위원은 “세종시 집값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크게 좌우되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법안 재추진과 같은 ‘가능성’이 아닌 행정수도 이전이 실행되어야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세종시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한 것을 두고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