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로 '재건축 미래' 산 강남 vs 현금으로 '트로피 자산' 산 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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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로 '재건축 미래' 산 강남 vs 현금으로 '트로피 자산' 산 한남

입력 : 2026.04.10 17:32

작년 초고가 주택 거래 상위 100건 분석 해보니
강남 아파트 매수자 절반 40대
압구정 재건축에 공격적 베팅
서초 50대 은퇴자산 방어목적
원베일리 등 대형 신축에 집중
한남동 대출 거래 1건에 불과
신흥부촌 성수에 영리치 몰려

사진설명

서울에 있는 같은 100억원대 아파트라도 누가 왜 어떤 돈으로 사느냐는 권역마다 달랐다. 강남의 40대 부부는 대출을 끼고 재건축단지에 몰렸고 은퇴 전후의 50대는 서초구 신축 대형 단지로 자산을 옮겼다. 한강 건너 한남동에서는 초고가 주택이 전액 현금으로 거래됐고 20대 매수자들은 신흥 부촌인 성수동으로 몰려들었다.

매일경제가 알스퀘어 데이터허브를 활용해 지난해 고가 아파트 거래 상위 100건에 대한 등기를 전수 분석해본 결과 초고가 시장은 매수 동기와 자금 구조가 다른 4개 권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강남은 40대 부부 재건축에 베팅

지난해 강남구 아파트를 매수한 주축은 '40대 부부'였다. 강남구 전체 거래 61건 중 40대(연 나이·지난해 기준)가 28건(45.9%)으로 가장 많았으며 50대(24.6%)가 그 뒤를 이었다. 40대 가운데 60.7%가 공동명의로 집을 매입했으며 근저당 설정 비율은 96.4%에 달해 부부가 대출을 활용하는 패턴이 뚜렷했다.

또 강남 거래 61건 중 55건이 압구정동 현대·신현대·한양 등 재건축 추진 단지에 집중됐다. 모두 1984년 이전에 준공된 단지들이다.

지난해 정부의 대출 규제를 앞두고 대부업체에까지 돈을 빌리며 '영끌'로 자금을 조달한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작년 6월 초 101억원에 거래된 신현대11차 전용면적 183.4㎡의 40대 매수자는 은행과 대부회사에 모두 79억82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거래가의 60억원가량을 대출로 조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40대 매수인은 같은 달 현대7차 전용면적 157.4㎡를 88억원에 매입하며 1금융권과 대부업체 명의로 합계 66억14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강남구는 일반적으로 소득 최정점을 찍는 시기인 40대가 부부 공동명의로 세금 부담을 분산하면서 대출 레버리지를 활용해 재건축 이후의 자산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구조로 분석된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은 45세 때 개인소득이 최고점을 기록하며 흑자 규모도 정점을 찍는 것으로 집계됐다. 100억원 안팎의 자금 동원력으로 구축 아파트를 택한 것은 재건축이라는 미래 이벤트에 대한 기대가 매수의 핵심 동기였음을 보여준다. 다만 강남구는 레버리지 비중이 높은 만큼 금융 규제와 보유세 강화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정부가 양도세와 보유세 강화 의지를 밝힌 이후 압구정 일대에서 호가 조정 움직임이 가장 뚜렷하게 관측되고 있다. 지난 2월 압구정 현대2차 전용면적 196㎡는 직전 최고가 거래(127억원) 대비 30억원 떨어진 97억원에 계약되기도 했다.

◆서초는 50대 신축 대형 선호

서초구 거래는 외형적으로 강남구와 유사해 보이지만 매수자 구성에서 차이를 나타냈다. 40대와 50대가 각각 38.9% 비중을 차지해 합계 80%에 육박했고 거래는 래미안원베일리·아크로리버파크 등 반포동에 있는 신축 대형 단지에 집중됐다. 공동명의 비율(38.9%)과 근저당 설정 비율(61.1%)도 강남보다 낮았다.

메가커피를 창업한 뒤 2021년 경영권을 매각한 하형운 전 메가MGC 대표(59)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2월 래미안원베일리 펜트하우스(전용면적 234㎡)를 165억원에 매입했다. 은퇴를 전후한 시기에 검증된 신축 대형 단지에 자산을 배치하는 양상이다. 강남이 미래 가치에 베팅하는 공격적 매수라면 서초는 축적 자산의 안정적 보전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용산 평균 거래가 145억 최고

용산구 상위 거래 11건은 모두 나인원한남과 한남더힐 등 한남동에서 이뤄졌다. 평균 거래가격은 145억7000만원으로 4개 권역 중 가장 높았고 평균 전용면적도 236㎡로 가장 넓었다.

용산구에서 공동명의로 집을 매수한 사례는 단 한 건이며 나인원한남은 전부 단독명의였다.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례도 한 건뿐이다. 패션기업 F&F의 김창수 회장 차남인 김 모씨(33)가 나인원한남 전용 206.9㎡를 130억원에 매입했으며 그룹 BTS의 멤버 진(34)은 한남더힐 243.2㎡를 175억원에 사들였다. 나인원한남 전용 273.9㎡를 250억원에 계약한 40대 매수자도 있었다. 강남과 서초의 초고가 주택 매수가 자산 증식·보존을 위해 시세차익을 겨냥한 투자라면 한남동은 현재 주거 가치와 상징성을 소비하는 시장으로 분석된다.

◆성동은 2030의 신흥 부촌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성동구에서 거래된 9건은 아크로서울포레스트(2020년 준공) 4건, 갤러리아포레(2011년 준공) 5건으로 구성됐다. 평균 거래가 132억원은 용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매수자 연령이다. 9건 중 5건이 20·30대였고 평균 나이도 39.8세로 4개 권역 가운데 유일한 30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최고가 거래는 성동구에서 나왔다. 김병훈 APR 대표(38)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73.9㎡를 290억원에 매입했다. 또 올해 31세인 매수자는 같은 단지를 187억원에 사들였다. 지난해 갤러리아포레를 매수한 5명 중 2명은 20대인 1999년생이었다. 각각 90억원과 87억5000만원에 단독명의로 매입했다. 성동구에서 공동명의로 매수한 사례는 한 건뿐이었다. 정보기술(IT)·뷰티테크·콘텐츠 등 신산업에서 자산을 형성한 젊은 자산가층이 전통 부촌이 아닌 곳에 새로운 초고가 권역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상위 100건 가운데 외국인 거래도 3건이 포함됐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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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고가 아파트 거래는 권역별로 매수자의 연령대와 자산 구조가 달라, 강남에서는 40대 부부가 대출을 통해 재건축 단지에 집중한 반면, 용산에서는 평균 거래가가 145억원에 달하며 유명 인사들이 주요 매수자로 나타났다.

서초구 거래는 50대가 선호하는 신축 대형 단지 중심으로 안정적 자산 운용이 이루어졌고, 성동구는 20~30대 젊은 자산가들이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며 활발히 거래를 하고 있다.

특히 성동구에서의 거래는 IT 및 콘텐츠 산업에서 자산을 형성한 세대가 새로운 초고가 주택 시장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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