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취업까지 11.6개월…. 청년 아닌 제도 탓”,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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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청년이 아니다〉 출간한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실은 전국에서 유일한 청년 전담 기관이다. 김철희 기획관은 국회, 대통령비서실, 국회의장실을 거친 30년 이상 경력의 정책 전문가로, 5년째 서울시 청년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그간의 경험과 생각을 기록한 〈문제는 청년이 아니다 - 청년정책의 대전환 / 윤성사 출판〉을 최근 출간했다. 청년을 둘러싼 문제 원인을 청년이 아닌 제도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청년’의 정의부터 잘못됐다

저자는 책 제목부터 ‘문제는 청년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청년’이라는 개념 자체가 애매합니다. 서울시 조례상 청년은 ‘만 19세에서 39세’까지인데, 20대 초반~30대 후반까지 같은 ‘청년’으로 묶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작 당사자간 의견도 갈리고, 정책 담당자들도 각자 다르게 해석합니다.”

출처=김철희

출처=김철희

정책 범위의 문제를 두 번째 이유로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청년기본법상 청년 정책 영역은 주거, 일자리, 건강, 복지, 금융, 정신 건강, 국제 관계, 사회 참여 등 10가지가 넘는다.“국토부도 명확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주거 문제를 청년 정책으로 풀겠다는 건 무리라고 봅니다. 모든 것을 ‘청년 문제’로 규정하는 순간, 청년 정책 자체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겁니다.”

대학 졸업 후 첫 취업까지 11.6개월, 10년째 OECD 꼴찌
그가 책을 통해 제시하는 핵심 지표는 분명하다. OECD 공식 통계 기준으로, 한국 청년은 대학 졸업 후 첫 직장 입사까지 평균 11.6개월이 걸린다. OECD 평균은 6개월. 한국은 10년 넘게 ‘이행 지연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이 마저도 졸업 유예, 대학원 진학, 아르바이트 등을 취업으로 집계한 수치입니다. 이를 제외하면 실제로 36개월 이상 걸리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에요. 공식 지표로도 OECD 국가 꼴찌인데, 실상은 훨씬 심각합니다.”

그는 취업 지연은 연쇄 문제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생계 불안, 주거 불안, 우울감 증가, 연애/결혼/출산 포기로 이어지고, 결국 국가 성장 동력까지 떨어뜨리게 된다. 그런데 지금의 청년 정책은 졸업 후 돈을 주고, 밥을 주고, 재교육하는 사후 약방문에 머물러 있다는 것.

‘쉬었음 청년’은 피해자…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

최근 늘고 있는 이른바 ‘쉬었음 청년’(취업 의사 없이 쉬는 청년)에 대해서도 그는 다른 시각을 책에 적었다.

“‘쉬었음’이라는 표현 자체가 청년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말입니다. 그 청년들은 대학 4년 동안 학점 관리하고, 대외 활동 열심히 하고, 토익 점수도 잘 받았는데, 졸업하고 사회 나와 보니 막상 통하는 데가 없어요. 그런 환경을 어른들이 만들어 놓고 그들의 책임이라 말하는 건 좀 가혹합니다.”

그는 문제의 뿌리를 교육 시스템에서 찾는다. 유치원부터 단절, 분리, 격리가 일상화된 환경, 부모의 과잉 개입과 IT 기반의 실시간 통제가 결합돼, 학생들이 실패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학습할 기회 자체를 잃었다는 것이다.

“기성 세대는 그 부모 세대보다 똑똑했고 학업 수준도 높았기에 시행착오를 마음껏 겪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현재의 청년들은 그런 공간과 시간, 기회가 없어요. 이는 기성 세대의 잘못, 청년의 잘못은 더더욱 아닙니다. 더 좋은 방법을 몰랐고, 또 찾으려 하지 않았던 까닭입니다.”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 / 출처=김철희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 / 출처=김철희

선진국 청년 정책의 핵심은 ‘재학 중 현장 경험’OECD나 EU, UN 등이 정의하는 청년 정책의 방향은 우리와 다르다. 만 19세에서 25~26세 사이, 학교에서 사회로 전환하는 시기를 집중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둔다.

“미국에는 ‘청년 정책’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습니다. 유치원부터 현장 학습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기자가 되고 싶으면 중학교 때부터 신문사에서 경험을 쌓고, 세프가 되고 싶다면 식당에서 바로 일하며 배우는 문화가 시스템화되어 있어요.”

그는 EU의 ‘에라스무스 플러스’를 대표 사례로 꼽는다. 1987년 시작된 이 교육 제도는 유럽 청년들이 다른 나라에서 학습 및 업무 경험을 쌓도록 지원한다. 현재까지 약 1,700만 명이 참여했고, 투입 예산만 680조 원이 넘는다.

“EU는 청년이 공동체에서 어떤 인재가 돼야 하는지 사전에 합의하고 투자합니다. 그 결과, 복잡한 다국적 공동체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겁니다.”

서울시 실험 결과는 “경쟁률 15대 1”

김 기획관은 이 방향을 서울시에서 이미 적용, 실험 중이다. ‘서울 영커리언스’는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1~5단계에 걸쳐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설계한 사업이다. 3단계 경쟁률은 15대 1이 넘는다.

서울 영커리언스 5단계 과정 / 출처=서울시

서울 영커리언스 5단계 과정 / 출처=서울시

‘서울 청년 파트너스’는 사회복지학과생이라면 복지관에서, IT 전공생이라면 서울시 행정 시스템에서 현업 업무를 경험하는 방식이며, 현재 13개 분야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전에 예비 인턴제를 시범 운영해보니, 해당 기업들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재학생들 역량과 실력이 예상보다 뛰어나고 우수해서, 스톡옵션까지 제안하며 영입하겠다던 기업도 있었습니다. 즉 청년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면 됩니다. 그들은 현장에서 부딪혀 보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합니다.”

대안은 ‘사회 첫 출발 지원법’

이 책의 결론은 하나로 수렴한다. ‘제도 개편’이다. 그는 책을 통해, 청년기본법 개정 대신, ‘사회 첫 출발 지원법’ 제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청년기본법을 뒤엎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학교, 기업, 정부, 공공기관이 협력해 재학 중에 단계적으로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겁니다. 미국의 현장 학습권과 EU의 이동 학습권을 합친 ‘이동/현장 학습권’을 우리 청년들에게 보장하는 거죠.”

한중일 3국 간 에라스무스 벤치마킹 교환 프로그램도 제안했다. 그가 10년 전 국무총리실 차원에서 추진했다가 무산된 구상이다. “3국간 외교상 걸림이 있다면, 도시 단위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기회를 주면 AI 분야에서도, 예술 분야에서도 BTS급 인재가 쏟아질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으면서, 외국 청년들이 살고 싶어하는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청년들은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청년’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 묘한 아이러니를 바꾸려면 정책 리더들이 방향을 다시, 제대로 잡아야 합니다.”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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