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체감온도가 29도까지 올랐던 지난 19일 부산 사하구 대양전기공업 본사. 공장에 들어서자 쾌적한 공기가 감돌았다. 이곳의 온·습도 관리는 품질관리보다 생산 현장에 일하는 작업자의 안전 관리 차원에서 이뤄진다.
대양전기공업이 올해 부산테크노파크 매뉴콘 사업에 선정됐다.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대양전기공업은 국내 최초, 세계 네 번째 무인잠수정을 개발했으며 선박 조명 분야에서 국내 1위 기업으로 꼽힌다.
내년 설립 50주년을 맞는 이 회사는 선박용 전장 설비와 조명 등을 만드는 전형적인 조선기자재 기업에서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에 성공했다. 반도체 공정에서 제조가 이뤄지는 차량용 MEMS 센서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산화한 기업이기도 하다.
◇ 선박 조명 ‘강자’, 비결은
대양전기공업은 2300여개의 제품 인증서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조선기자재 업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극한의 환경에서 제품 가동 여부를 실험해야 하는 산업 특성상 인증서는 곧 제조 경쟁력을 의미한다.
대양전기공업은 부서 간 데이터를 통합해 일원화해 관리하는 PLM(제품수명주기)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공정에 도입했다. 공정별로 설치된 모니터에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했다. 기계 설비 데이터와 작업자 관련 정보까지 수집한다. 숙련공이 제조를 총괄하는 ‘셀라인’이 적용된 공정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움직임까지 가상 공간에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이 공장은 제조라인이 차지하는 면적만큼 제품 시험설비가 차지하는 공간도 넓다. 국가기술원 산하 KOLAS 인증 제품군으로 한정해 다양한 시험설비에 투자했다. 대양전기공업이 평가한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면 곧바로 성능 인증서가 발급되는 구조다.
북극과 적도를 오가는 선박은 영하 50도부터 영상 40도까지 극한의 온도에 노출된다. 자외선과 염분은 선박의 부식을 가속하는 요인이다. 진동과 충격은 해양 환경에선 일상이다. 마린솔루션(MS) 사업부를 총괄하는 사하구 본사에는 분진·방수 보호 등급, 염분 내식성 내구성 테스트 장비, 방폭 시험 설비를 비롯해 빛의 세기와 방향을 측정하는 배광측정기와 가속수명시험기 등 다양한 장비가 설치됐다. 서영우 대양전기공업 대표는 “제품 성능 테스트는 높은 비용에다 인증서를 얻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 기회비용이 큰 분야”라며 “꾸준한 시험설비 투자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2006년 세계 네 번째로 개발을 완료한 무인 잠수정 ‘해미래호’는 해저 6000m까지 탐사가 가능하다. 전 세계 해양의 98%를 조사할 수 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기뢰 제거용 무인 잠수정을 개발해 올해까지 27정을 공급했다. 선박과 통신·전기선이 연결된 기존의 무인잠수정과 달리 2000m 수심에서 무선으로 자율운항하는 수중 드론과 해양 환경 중에서도 극악의 환경에서 작업이 가능한 잠수함 구조함용 무인 잠수정은 내년 개발 완료를 앞두고 있다.
◇ 자동차 산업 진출에도 성공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양전기공업의 매출액은 1342억원에서 2086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조선산업의 호황과 함께 10여년에 걸쳐 완성한 자동차용 압력 센서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매출 비중은 조선 부문 매출이 40%를 차지하며, 통신장비 등 방산 비중이 30%, 자동차와 철도 사업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대양전기공업은 전량 수입하던 MEMS 기반의 압력센서를 국산화했다. MEMS는 반도체 제조 공정을 활용해 실리콘 웨이퍼 위에 제작되는 초소형 전기·기계 통합 장치다. 10여년의 연구개발 끝에 2018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센서는 차체제어모듈(ESC)에 탑재돼 압력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브레이크를 밟는 사용자의 발 압력을 측정하고, ESC 모듈 안의 유압 제어 장치의 압력을 비교한다. 운전자의 제동 의도와 실제 유압 상태를 측정해 네 바퀴의 브레이크 압력을 정밀하게 제어한다. 빗길 등 네 바퀴가 받는 압력 차를 완화하는 등 차량의 안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대양전기공업은 압력센서의 기반이 되는 MEMS 기술을 가전과 산업용 로봇 등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압력센서 개발은 대양전기공업의 선박용 압력센서 기술이 바탕이 됐다. 핵심 연구인력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맞물린 결과다. 서 대표는 “단순한 패키징 기술이 아니라 소자부터 완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완성했다”며 “핵심 연구인력의 미국 반도체 분야 박사후연구과정 유학 등을 지원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설계·연구개발 인력은 전체 직원의 40%에 달한다.
◇ “바다 생태계, 근로자 안전 지킬 것”
대양전기공업은 이번 매뉴콘 지원 사업을 친환경과 안전에 초점을 맞춰 풀어갈 예정이다. 현재 선박용 조명의 파장은 바다 생물의 생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심야 시간대의 해상 작업은 바다거북과 같은 멸종위기 동물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일부 국가에서 제기하고 있다. 대양전기공업은 특정 파장을 차단하고 배광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해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는 친환경 조명을 개발할 예정이다.
내년에 도입될 자율제조 사업은 AI 기반의 산업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에 방점을 둔다. 온프레미스 GPU 기반의 AI 분석 시스템 인프라를 구축해 작업자의 보호구를 감지하고 위험 행동을 분석한다. 안전 보고 자동화 및 통합 모니터링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다.
대양엔지니어링은 △사하구 마린솔루션(조선) 사업부 △강서구 디펜스솔루션(방산) △인천 센싱솔루션(센서) △서울 강서구 마곡 중앙연구소 등 4개 사업부 체계를 갖추고 있다. 서 대표는 “생산 현장의 암묵지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지식”이라며 “오랜 전통의 제조업이지만 조직 체계를 스타트업처럼 만들어 직원과 회사가 같이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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