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미국 내 실업률이 급격히 하락했다. 대기업의 정리 해고로 남겨진 인재들을 중소기업이 대거 채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최근 몇 달 동안 고용주가 원하는 기술이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여러 연구 기관에 따르면, 지난 9월 IT 노동자 실업률이 크게 하락했다. 어떤 통계 결과에서는 무려 37%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몇 달간 완만한 증가와 정체가 이어졌던 실업률에 큰 전환점을 의미한다.
여러 기술 업계 관계자는 고용의 급격한 증가가 경기 회복, AI 관련 인재 수요 및 중소기업의 고용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기업은 지난 2년 동안 대기업의 대량 해고로 남겨진 인재들을 빠르게 채용해 왔다. IT 산업 컨설팅 기업 얀코 어소시에이츠(Janco Associates, 이하 얀코)에 따르면, 미국의 실직한 IT 전문가 수는 14만 8,000명에서 지난 9월 9만 8,000명으로 감소했다. 얀코는 지난주 발표된 미국 노동통계국(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 보고서를 기반으로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9월에만 7만 8,000명 이상의 IT 전문가가 채용돼 실직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 얀코 CEO 빅터 야눌라이티스는 "지난달 실업 상태였던 IT 전문가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일자리를 찾았다. CIO들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서둘렀다. 향후 몇 달 동안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얀코는 9월 미국 IT 근로자의 실업률이 8월의 6%에서 3.8%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미국 전체 실업률인 4.1%보다 낮은 수치다. 얀코의 통계치는 다른 기관들의 수치보다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미국 비영리 IT 산업 협회인 컴티아(CompTIA)는 8월 3.4%였던 기술 실업률이 9월에 2.5%로 내리며 약 26.5%의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통계 산출 방식의 차이다.
얀코의 보고서에 따르면, IT 전문가의 전체 실업률은 7월 5.6%에서 8월 6%로 증가했다. 참고로 BLS는 실업률이 5.5% 이상이면 높은 실업률로 정의한다. 실제로 얀코의 통계에 따르면 IT 실업률은 지난 8개월 중 7개월 동안 미국 전체 실업률을 초과했지만, 9월에는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야눌라이티스는 "현재 미국에는 약 418만 개의 IT 직업이 있다. 대형 기술 기업들의 해고가 전체 IT 채용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을 포함한 일부 대기업들이 최근 새로운 해고를 발표했다"라고 언급했다.
얀코는 남은 2024년 동안 IT 일자리가 5,000에서 6,000개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일자리를 찾고 있는 모든 실업 IT 전문가를 흡수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AI가 채용 시장에 미치는 영향
기술 임원 헤드헌터 기업인 헬러 서치(Heller Search)의 CEO 마사 헬러는 "AI 기술에 이미 투자된 6,000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이 인재 확보에 쓰이고 있다. AI에서 ROI를 얻으려면 모델러와 프롬프트 엔지니어뿐 아니라 데이터 엔지니어, 사이버보안 전문가, 개발자 등 다양한 기술 인재를 더 많이 고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오는 2027년까지 생성형 AI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운영에 새로운 역할을 창출할 것이며, 엔지니어링 인력 80%는 업스킬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책임자를 대상으로 한 가트너의 설문 조사에서는 56%가 2024년에 가장 수요가 많은 직무로 AI/ML 엔지니어를 꼽았다.
AI가 엔지니어링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고 AI 기반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기업은 더 많은 숙련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필요로 할 것이다. 가트너 수석 애널리스트 필립 월시는 "AI의 능력에 대한 여러 과감한 주장으로 인해 AI가 인간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를 줄이거나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AI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미래 역할을 변화시키더라도 복잡하고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인간의 전문성과 창의성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IT 전문가가 업스킬링의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생성형 AI 업체 암독스(Amdocs)가 생성형 AI 도구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풀타임 근로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Z세대 응답자 절반이 AI 기술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하면 새 직장을 찾을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같은 대답을 한 X세대 37%, 베이비붐 세대 27%와 비교되는 수치다.
야눌라이티스는 "많은 대기업이 생산성 향상과 낮은 수준의 기술을 AI로 대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며, 특히 고객 서비스, 내부 보고, 통신 및 호스팅 자동화에서 엔트리 레벨 IT 직무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C 레벨 임원은 여전히 비핵심 관리직, 직원, 서비스 제거에 집중하고 있다. 야눌라이티스는 "레거시 애플리케이션에서는 경험 많은 코더와 개발자의 기회가 제한적이다. AI, 보안 전문가, 신기술 프로그래머, 인터넷 처리 IT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가장 높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BLS의 기술 채용 관련 데이터를 보면, 기업은 AI 전문가 채용을 줄이는 대신 데이터 연구원을 더 많이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AI 배포를 발전시키거나 더 광범위한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재다. 또한 기술 지원 전문가와 데이터베이스 관리자에 대한 채용 공고가 14% 증가하여 한 달 동안 가장 큰 변동률을 기록했다.
맨파워그룹(ManpowerGroup)의 기술 채용 자회사인 엑스페리스 노스 아메리카(Experis North America) 책임자 게르 도일에 따르면, 9개월간 증가세를 보였던 AI/ML 엔지니어의 전체 채용 공고 수는 지난 9월 3.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안 신규 일자리 공고는 13.7% 감소했다.
도일은 "주로 수요 변화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줄어든 반면, 강력한 데이터 기반을 구축하는 솔루션 아키텍트와 데이터 과학자와 같은 직무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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