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유가중 2학년 신재경 군(14)은 22일 대구시와 동아일보가 공동 개최한 ‘제1회 청소년 로봇 아카데미’에 참가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신 군은 “원래 로봇에 관심이 있었지만 사실 막연했다. 하지만 대학 연구실에서 실제 로봇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연구 과정까지 들으니 실감이 났다”고 했다. 이어 “앞서 온라인 강의에서 예전에는 지식의 양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질문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인공지능(AI) 시대를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며 “특히 김기섭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님의 라이다(LiDAR)와 센서, 디지털 트윈 기술 강연과 실제 시연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AI와 로봇은 이제 교과서 속 미래 기술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직접 체험하고 진로를 설계하는 현실이 되고 있다. 생성형 AI를 넘어 사람과 함께 움직이고 판단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미래 산업의 경쟁력이 기술 개발을 넘어 이를 이끌 인재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대표 로봇 산업로 꼽히는 도시 대구시가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미래 인재 양성에 나섰다. 21일과 22일 DGIST에서 열린 청소년 로봇 아카데미에는 중학교 33개교, 고교 14개교 등 중고교생 120여 명이 참여했다. 온라인 사전 교육과 오프라인 현장 체험을 연계한 실습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21일 개막식에는 최재훈 대구 달성군수가, 22일에는 임인환 대구시의회 의장과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참석해 미래 AI·로봇 공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의 첫 출발을 축하했다. 임 의장은 “로봇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힘은 이번 아카데미에 참석한 학생들의 상상과 도전”이라고 말했다. 강 교육감은 “학생들은 실제 경험이 중요하다. 강의와 실습을 체감하면서 자신이 뭘 더 파고들고 공부해야 할지 생각하는 뜻깊은 시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 로봇도시 대구, 미래 인재 양성
이번 아카데미는 단순한 체험 행사가 아니다. AI와 로봇 기술의 원리부터 첨단 연구, 산업 현장, 미래 직업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참가 학생들은 본 행사에 앞서 이달 초·중순 온라인 강의를 통해 로봇 분야 기초 지식을 먼저 익힌 뒤 현장 교육에 참여했다.프로그램은 로봇의 역사와 기술 원리, 피지컬 AI의 개념, 미래 산업 변화, 경제·산업적 중요성 등을 배우는 이론 교육으로 시작했다. 이어 세계적인 로봇 연구를 수행하는 DGIST 교수진이 미래 로봇 기술과 산업 전망을 주제로 전문 특강을 진행하고 학생들과 질의응답을 이어갔다.이번 아카데미는 대구시가 추진하는 로봇 산업 육성과 미래 인재 양성을 처음으로 연결한 교육 프로젝트다. 대구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국가로봇테스트필드, DGIST, 수성알파시티 스마트도시 특화단지 등을 중심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로봇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피지컬 AI 산업 육성과 로봇 실증 기반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기업 유치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미래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체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박윤희 대구시 청년여성교육국장은 “이번 행사는 이 같은 현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언론이 함께 미래 인재 양성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에서도 뜻깊다”라며 “청소년들이 대구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 인프라를 경험하고 미래 산업을 이해함으로써 대구에서 배우고 성장한 인재가 다시 지역 산업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 체험으로 배우는 미래 로봇 기술
현장 실습은 이번 아카데미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DGIST 로봇학과 연구시설을 둘러보며 자율주행과 센서, 피지컬 AI 등 첨단 로봇 기술이 개발되는 과정을 직접 느꼈다. 실습 프로그램은 가장 인기가 높았다. 참가 학생들은 로봇개(Robot Dog)를 직접 코딩해 다양한 동작을 구현하고 미션을 수행하며 로봇 기술을 몸소 익혔다.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조작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AI와 로봇 기술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호응이 많았다. 허다연 양(14)은 “로봇 관련 직업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이번 아카데미를 통해 확신으로 바뀌었다”며 “로봇독을 직접 코딩해 원하는 동작을 만들고 친구들과 경주까지 해본 체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건우 DGIST 총장은 “청소년들이 교과서를 벗어나 첨단 로봇 기술을 직접 보고 느끼며 미래 과학자로서의 꿈을 구체화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을 것”이라며 “DGIST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인프라와 교육 역량을 아낌없이 지원해 대구의 우수한 청소년들이 미래 로봇 산업을 이끌 글로벌 혁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든든한 발판이 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청소년 로봇 아카데미를 지역 대표 미래 교육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참가 대상과 교육 과정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의 참여를 늘려 AI와 로봇 분야를 대표하는 인재 양성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대구가 로봇 산업의 중심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 인프라뿐 아니라 미래 인재를 키우는 교육 생태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아카데미를 시작으로 AI와 로봇 교육을 지속 확대해 ‘로봇도시 대구’의 미래 경쟁력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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