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메가프로젝트 '마중물'
광산업 경쟁력 AI와 결합
호남 산업구조 대전환 기회
정주여건 조성이 성공 열쇠
첨단 일자리 확대와 더불어
교육·의료·문화 시설 확충을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1일 공식 출범한다. 광주가 직할시로 승격하며 행정구역이 분리된 지 40년 만이다. 인구 320만명, 지역내총생산(GRDP) 159조원 규모의 초광역 지방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가 발표한 서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와 국가 인공지능(AI) 사업도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갔다. 행정통합과 국가전략산업이 맞물리면서 호남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올랐지만, 전문가들은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공장 유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산업과 연계 및 연구개발, 인재 확보를 위한 정주여건 마련 등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통합의 성과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30일 전남도와 광주시 등에 따르면 가장 큰 변화는 행정조직의 위상이 커진다는 것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갖는다. 특별시장은 장관급 예우와 국무회의 참석 권한을 갖게 되며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대규모 개발사업 인허가 등의 권한도 단계적으로 이양받는다. 정부도 향후 4년간 최대 20조원 규모의 지원과 각종 행정·재정특례를 추진하기로 했다.
행정통합은 산업 정책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광주는 연구개발과 자동차 산업, 전남은 에너지와 산업용지, 항만,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각각 발전해왔다. 통합 이후에는 연구개발부터 생산, 실증, 수출까지 하나의 권역에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정부가 발표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서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와 국가 AI 사업도 이런 변화와 맞물려 추진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통합특별시 출범과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호남이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드문 기회로 평가했다. 반도체 공장 유치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광산업과 AI, 에너지, 연구개발을 연결하고 기업과 인재가 함께 모이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 때 비로소 '호남 르네상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호남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기존 산업을 반도체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광주가 오랫동안 육성해 온 광산업이다. 한때 침체를 겪으며 '사양산업'으로 평가받기도 했지만, AI 반도체 시대에는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광산업 육성 과정에서 축적한 화합물반도체 기술이 첨단 패키징과 AI 반도체 분야에서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득조 광주과학기술원(GIST) AI정책전략대학원 교수는 "광주가 10년 넘게 투자해 온 광산업은 단순한 LED 산업이 아니라 화합물반도체 기술을 축적하는 과정이었다"며 "AI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는 실리콘뿐 아니라 화합물반도체 기술도 중요해지고 있어 광주가 쌓아온 기술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광산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과 만나 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재형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대학원장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연구개발에서 갈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벨기에 IMEC처럼 대학을 중심으로 기업과 연구기관이 함께 차세대 공정을 연구하는 거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호남에도 대학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연구원이 설립돼 기업 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지속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유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무리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도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공 교수는 "지역 인재가 떠나는 이유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팹 1기가 들어오면 협력업체까지 포함해 약 2만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전제조건이 있다. 일자리뿐 아니라 청년들이 결혼해 자녀를 키우고 교육시키는 데 필요한 환경 조성에도 힘을 기울여야한다는 충고다. 이영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아도 교육·의료·주거·문화가 갖춰진 도시를 만드는 것이 통합특별시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은 "통합특별시는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산업지도를 새롭게 그리는 출발점"이라며 "AI와 반도체를 비롯해 미래 산업을 육성하고, 기업과 청년이 함께 모이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남광주 송민섭 기자]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