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취급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이 10일부터 주택 구입 시 최대 6억원이었던 대출 한도를 3억원까지 확 조이기로 해 부동산 시장에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 규제의 절반 수준으로 대출을 내주겠다고 한 것인데,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집값에 은행이 당국 눈치를 보며 먼저 나선 것으로 보인다.
8일 KB국민은행은 이달 10일부터 별도 통보 시까지 주담대 최대 한도를 3억원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정부 규제에 따르면 시세가 15억원 이하인 주택의 경우 최대 6억원까지 은행에서 주담대 명목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 한도가 3억원으로 반 토막 나는 것이다.
일단 주담대 대출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것이지만 여파가 다른 은행으로 튈 수 있기 때문에 시기의 문제일뿐 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도 따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KB국민은행의 경우 작년 당국이 부여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초과해 페널티를 받으면서 올해 잔액 여력이 0.59%(9092억원)로 가장 적기 때문에 가장 먼저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당국이 아닌 민간인 은행의 조치이긴 하지만, 이번 조치가 최근 대출이 최대치(6억원)로 나오는 15억원 이하 주택 가격이 계속 뛰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정부는 대출을 조임으로써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고 하지만 15억원 이하는 6억원, 15억~25억원은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이라는 다중 규제가 오히려 15억원 이하 집값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은 잔금대출과 갈아타기를 하려는 사람들이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매매 계약을 체결했거나 주택 매수를 검토하던 실수요자는 대출 가능액이 갑자기 줄어들 경우 자금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특히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 매수자도 3억원 이상 대출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아 이번 조치는 고가 주택뿐 아니라 일반 실수요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에서는 거래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매수자는 대출 가능액을 확신하기 어려워지고, 매도자는 잔금 불발 가능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주택을 사는 갈아타기 수요는 매도·매수 일정이 맞물려 있어 대출 한도 변화에 더 민감하다. 한쪽 거래가 막히면 연쇄적으로 계약 일정이 꼬일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과거 문재인 정부 때 가계대출 총량관리 국면의 ‘창구지도’와 유사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이 직접 규제 수위를 높이지 않더라도 은행들이 자율 관리 형식으로 대출 취급을 줄이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대출 문턱이 빠르게 높아진다. 정책 부담은 낮추면서 시장에는 규제 효과를 내는 방식이다.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서울 강남권 등 현금 동원력이 큰 지역은 단기 충격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대출 의존도가 높은 수도권 외곽과 중저가 주택 시장은 매수세가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 특히 아직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있는 부산, 대구 등 지방 시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경우 지방 분양시장이 완전히 굳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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