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2005년만 해도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 상품 간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20년이 지나면서 수익률 격차가 여덟 배 넘게 벌어졌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물가상승률을 겨우 쫓아가는 동안 실적배당형 계좌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증시 호황 속에 연간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린 결과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국내 퇴직연금 적립액은 508조734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말(427조1916억원) 이후 1년3개월 만에 80조원 이상 불어나며 퇴직연금 500조원 시대를 열었다. 퇴직연금 제도가 본격적으로 운영된 2006년 말(7568억원)과 비교하면 600배 이상 커졌다. 같은 기간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장도 1만6300개에서 44만2000개로 급증했다.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커졌지만 퇴직연금으로 노후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입자는 많지 않다. 퇴직연금의 71%(3월 말 363조5506억원)가 몰려 있는 원리금보장형의 수익률이 물가 상승을 방어하는 수준에 그쳐서다.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원리금보장형 1년 수익률은 지난 1분기 기준 2.9%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퇴직연금의 29%를 차지하는 실적배당형 수익률은 23.8%에 달했다. 가입자가 근무하는 회사가 운용 방식을 결정하는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의 1년 수익률은 더 낮다. 원리금보장형은 3.2%, 실적배당형은 11.1%에 그쳤다.
2010년만 해도 원리금보장형(4.9%)과 실적배당형(12.2%)의 수익률 격차는 7.3%포인트였다. 하지만 투자상품이 다양해지고 역대급 증시 활황이 이어지면서 실적배당형의 수익률이 급등했다. 이날도 코스피지수는 0.39% 오른 6641.02로 마감하며 이틀 연속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금실장은 “퇴직연금을 방치하면 노후자산 격차가 만회하기 힘들 정도로 벌어지는 시기”라며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성/양지윤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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