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돌아가오"…끝내 닿지 못한 청기사의 꿈 [화폭역정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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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마르크의 ‘마구간’(1913). 마르크의 서정적 구상주의가 추상으로 이행하는 순간을 짚어주는 대표작이다. 이전까지 제대로 보이던 말의 형상이 배경에 녹아들거나 쪼개져 나타나고, 동물과 풍경을 나누던 윤곽선이 사라졌으며, 평화로운 푸른 색을 누르는 파국의 붉은 색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달라진 화풍의 결정적인 계기라면 1912년 프랑스 파리 방문이 꼽힌다. 당시 파리에서 유행하던 큐비즘·미래주의에서 받은 영향을 화면에 반영했다. 완전한 추상주의로 가는 현대미술의 입구에 남긴 마르크의 유산이자 시대의 비극을 미리 예견한 작품으로 평가한다. 캔버스에 유채, 73.6×157.5㎝. 구겐하임미술관(미국 뉴욕) 소장.여기, 세상이 열광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누구나 찬사를 아끼지 않는 걸작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름다운 작품, 화려한 명성 뒤에 숨은 화가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지독하게 어긋난 운명, 고단하고 허무한 삶이었노라고 말입니다. 이데일리는 오랜 시간 ‘그림이 하는 말’을 들어온 이윤희 미술평론가와 함께 세계미술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천재작가들의 인생역정을 더듬습니다. 단순한 일대기를 넘어섭니다. 뜨거운 예술혼이 맞닥뜨린 차가운 현실, 그 쓸쓸한 생이 한사코 밀어냈을 결정적 장면을 엿봅니다. 삶이 묻고 그림이 답합니다. 캔버스에 굽이치던 화가의 인생길 ‘화폭역정’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께 다가섭니다. <편집자> [이윤희 미술평론가] “올해에는 나도 무사히 그리운 집으로, 당신에게로, 그리고 나의 일로 돌아가겠습니다. 끝 모를 참혹한 파괴의 형상들 속에서 귀향에 대한 생각만은 이루 다 그려낼 수 없는 후광을 두르고 있답니다.” 1916년 3월 4일 1차 세계대전 한가운데 프랑스 북동부의 베르덩 전선에서 아내에게 써 보낸 편지는 마지막 전언이 되고 말았다. 편지를 부친 바로 그날 오후, 서른여섯의 남자는 전령 임무를 맡아 말을 달리던 중 포탄 파편에 관자놀이를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담은 편지는, 정작 그가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후에야 아내에게 닿았다. 그 애틋한 생애를 이야기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이 뒤늦은 편지에서 시작하게 된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편지처럼 그의 예술은 끝내 당도하지 못한 어떤 미래를 향해 물음을 던지는 듯하기 때문이다. 프란츠 마르크(1880∼1916). 바실리 칸딘스키, 아우구스트 마케 등과 더불어 ‘청기사파’를 주도하던 화가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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