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직거래 220배 폭증
버젓이 남의 집 주인 행세
계약금 가로채는 사기 속출
휴대폰 본인인증만으론 한계
등기부로 실소유 여부 확인
"집주인 인증제 의무화해야"
최근 온라인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을 이용한 부동산 사기 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협의 아래 도입한 '본인 인증' 제도가 사건 예방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 후에도 자기 소유가 아닌 다른 부동산 물건을 올릴 수 있어 피해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직거래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매물 소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집주인 인증'이 하루빨리 확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31일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당근마켓 부동산 거래 현황'에 따르면 2021년 268건에 불과했던 부동산 직거래 건수(거래 성사 기준)는 2022년 7094건, 2023년 2만3178건을 거쳐 지난해 5만9451건으로 3년 새 220배 폭증했다. 이사이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해 경찰 등 수사기관에 수사 협조 요청된 거래 건수는 2021년과 2022년엔 없다가 2023년 2건에서 지난해 17건으로 늘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최근 매수자로 가장한 이가 일반 매물 광고로 나온 오피스텔의 출입문 비밀번호를 공인중개사사무소를 통해 알아낸 뒤 당근마켓에 해당 물건을 올려 자신이 집주인(임대인)인 양 행세하며 사기 치는 수법이 늘고 있다. 당근마켓 광고를 보고 찾아온 다른 매수자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집을 보게 한 뒤 계약금만 받아 편취하는 방식이다. 결국 집주인이 아닌 이가 부동산 물건을 당근마켓에 올리면 이러한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없게 된다.
당근마켓은 지난달 중순 국토부와 협의해 본인 인증 제도를 도입했지만 집주인 인증 의무화까지는 아직 진전시키지 못한 상태다. 당근마켓은 기존에 휴대폰 문자를 통해 휴대폰 소유 여부만 확인하던 '점유 인증' 방식 대신 지난달부터 통신사 가입 정보와 연계한 '본인 인증' 방식으로 전환했다.
문제는 본인 인증을 거친 회원이 자기 소유가 아닌 다른 사람 소유의 물건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당근마켓은 본인 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특정 매물을 등록하면 등기부등본 자료와 자동 연계·비교한 뒤 등본상 소유자와 광고 게시자가 일치할 경우 '집주인 인증' 표지를 부착해주고 있다.
애초엔 본인 인증 의무화로 집주인 인증까지 의무화한 것으로 해석됐지만 실상은 본인 인증 따로, 집주인 인증 따로였던 셈이다. 국토부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 관계자는 "2월에 본인 인증 의무화 방안을 내놨을 때 일단 그 정도 단계까지만 당근마켓 측과 합의한 것"이라며 "매물 등록자가 집주인 본인이게 하거나 적어도 집주인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증명해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당근마켓 측에 꾸준히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주인 물건을 올린 타인이 그의 가족이라면 주민등록등본을 첨부해서라도 관계를 증명하라는 것이 국토부 측 권고안이다.
이에 대해 당근마켓 측은 "국토부와 관련 사항을 계속 협의 중이지만 아직 집주인 강제 인증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며 "일단 이용자당 최대 2개까지만 게시글 작성이 가능하게 했고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정보 불일치 매물을 필터링·관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당근마켓은 "사기 피해가 우려된 신고에 관해선 확인 즉시 바로 해당 매물을 미노출하고 집주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재확인한 뒤 게시글 재노출 여부를 결정하는 등 사기 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진우 기자 / 위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