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 시상식 후 한국 언론과 간담회
"소설 통해 우린 모두 연결
인간 삶은 너무 복잡하지만
양립불가한 것들 보며 쓸것
그게 현실 속 우리와 닮아"
낭독회로 현지 일정 마무리
◆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
"질문의 답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 질문을 완성하는 게 쓰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은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현지에서 한국 언론과 만나 "질문이란 건 아직 진행형인 상태이고, 질문을 들여다보면서 그 질문의 끝에 다다르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게 된다.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완성하려고 하는 게 글을 쓰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날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년 노벨문학상 시상식에서 황금빛 노벨 메달과 겉표지가 진청색인 노벨 증서(디플로마)를 받은 한강 작가는 스톡홀름 시가지에서 약간 북동쪽에 위치한 출판사 '나투르&쿨투르' 건물 5층의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1시간의 노벨상 시상식, 4시간이 넘는 노벨 만찬에 참석한 데다 이날 오전 스웨덴 학생들과 만나는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지만 크게 피곤한 기색 없이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나투르&쿨투르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한강 소설 4권을 스웨덴어로 번역한 출판사로, 이 출판사 건물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는 대형 걸개가 건물 우측을 뒤덮은 상태였다.
한강 작가는 '언어는 우리를 연결하는 실'이란 최근 노벨 강연의 한 대목과 관련해 "연결될 거란 믿음이 없다면 소설을 쓰기 힘들 것 같다. 소설을 쓰는 것 자체가 믿음을 근거로 한다. 그게 미약한 근거라 해도 최소한의 믿음이 있기 때문에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노벨상이 작가로서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를 묻는 질문엔 "이곳에 오기에 앞서 강연문을 써야 했기에 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됐다.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좌표는 어디인지, 어디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파악한 점이 유의미했다"며 "계속 쓰던 대로 쓰겠지만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를 알게 됐다"고도 강조했다.
한국어로 쓰인 자신의 소설을 외국어로 번역해준 번역가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표했다.
한강 작가는 "제 소설이 번역된 언어가 28~29개로 알고 있고 번역가분들 수는 50명 정도"라며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모르는 분이 훨씬 많은 상황이다. 어제 만찬에서 번역가분들께 감사하다는 뜻을 밝히고 싶었는데 노벨재단 요청으로 10분 분량의 원고를 (시간 관계상) 절반쯤 덜어냈다. 이 자리에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도 했다.
자신의 소설을 아직 읽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소년이 온다'를 권했다.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서로 연결이 되니 '소년이 온다'를 읽으시고 이어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시길 권한다"며 "독자분들마다 취향이 다르시니 너무 진한 책보다는 조금 성근 책을 원하신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으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채식주의자'는 그다음에 읽으시면 어떨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다음 소설과 관련해서는 "여태까지도 늘 써왔기에 앞으로 글을 쓰는 게 어려워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쓰던 대로 쓰려고 한다"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3부작이 있다. 마지막으로 쓰기 시작했던 글이 결도 달라지고 분량도 길어져 '작별하지 않는다'가 됐다. 3부작을 마무리하는 소설을 이번 겨울까지 쓰려고 했는데 준비할 일이 많아 늦춰졌다"고 털어놨다.
앞으로의 소설이 '밝은 빛'을 향해 가리라는 자신의 과거 발언과 관련해서는 "인간의 삶은 복잡하다. 난 복잡한 삶을 복잡한 대로 쓰고자 한다"며 "충돌이 있으면 충돌이 있는 대로,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을 들여다보면서 쓸 것이다. 그게 현실 속 우리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한강 작가는 12일 낭독회 행사를 끝으로 지난 5일부터 시작된 '노벨상 여정'을 최종 마무리 짓는다.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