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 비상, 식품 담합 의심
최근 장바구니 물가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일상처럼 들린다. 물가는 일반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따라 시장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최근 물가상승의 이면에는 식품 원자재에 대한 보이지 않는 합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설탕 제조사들에 대해 담합을 이유로 400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였고, 밀가루 제조사들에게 담합에 관한 심사보고서를 송부하였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분당, 달걀, 돼지고기에 대해서도 담합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착수 이후 몇몇 식품 원재료 제조사들이 가격 인하에 나선 점 역시 이러한 의혹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담합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담합이 인위적으로 독과점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시장에서의 자원배분의 효율성, 특히 소비자후생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적으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은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울수록 극대화된다. 하지만 담합은 여러 기업이 하나의 통합된 회사처럼 행동, 즉 독점화하여 가격을 인상시킴으로써 완전경쟁 수준보다 생산량을 감소시켜 사회적 후생손실을 발생시키고 무엇보다 소비자 후생을 독점이윤으로 바꾸는 문제를 일으킨다. 이와 같이 담합은 단순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넘어 시장경제의 신뢰를 훼손하고 소비자들의 일상에 직접적인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사후 제재 한계, 사전 예방 체계 필수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최근 담합에 대한 과징금 한도를 관련 매출액의 30%로 상향하고자 하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처벌 강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과징금이나 형사처벌은 어디까지나 사후적인 제재 수단에 불과하다. 실제로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 시 과징금 한도가 관련 매출액의 10%에서 20%로 상향되었음에도 담합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결국 담합 방지의 핵심은 발생 이후의 제재 수위를 높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담합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사전적 구조를 마련하는 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컴플라이언스를 실질화하여 기업 내부에서 담합의 유인이 차단되고 위험 신호가 조기에 포착∙차단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많은 기업이 공정거래 자율준수제도 등 내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 내부 컴플라이언스의 실질화란 제도를 형식적으로 도입하거나 선언적으로 운영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부 통제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에 그 본질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체크리스트 마련이나 연 1~2회의 온라인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충분한 독립성과 권한을 갖춘 준법 조직이 상시적으로 위험을 점검하고, 경영진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위반 가능성에 대해 실질적인 개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최근 법 집행 경향이나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의 법제화는 형식에 그치지 않는 실질적인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과 보다 적극적인 컴플라이언스 활동의 중요성을 한층 더 분명히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4개 대형 시중은행들이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과 관련된 정보를 교환한 것에 대해 27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는데, 이제는 가격 합의와 같은 전통적인 담합 외에 경쟁상 민감한 정보교환 행위도 문제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실무상 정보교환은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
동종업계 담당자 사이의 정보교환뿐만 아니라 사업 부문이나 지분 인수를 위한 M&A 실사 과정, 합작법인(Joint Venture) 운영, 협회를 통한 정보 취합∙공유 등 여러 맥락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정보교환의 의도와 목적, 교환되는 정보의 성격, 교환 주체와 시기∙방법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위법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정보교환에 대한 사전적 내부통제와 법적 검토 체계를 갖추어야 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변호사 비밀유지권, 준법 경영의 열쇠
최근 변호사법 개정을 통해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이 명문화되면서 기업의 준법 조직이 보다 적극적인 컴플라이언스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에 발맞추어 대법원 역시 형사사건의 영역에서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을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한 내용으로 인정하였다(대법원 2026. 2. 20.자 2024모730 결정). 담합은 내부 구성원의 묵인이나 방조 하에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컴플라이언스 운영 과정에서 잠재적인 위법 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나 법률 자문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컴플라이언스 활동 과정에서 정리, 작성된 법률 검토 문서가 향후 조사기관에 그대로 제출될 우려가 있다면, 임직원은 변호사와의 솔직한 소통을 주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의 법제화는 이러한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함으로써 기업의 적극적인 컴플라이언스 활동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유지권의 보호를 온전히 받기 위해서는 제도의 취지에 부합되는 절차와 방식으로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담합은 장기적으로 기업에게도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다. 과징금, 형사처벌, 손해배상과 같은 법적 제재를 차치하더라도, 단기적 이익을 위해 경쟁을 포기하는 순간,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은 약화되고 시장으로부터의 신뢰 역시 훼손된다. 담합을 근절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는 기업 내부에서 경쟁의 가치를 스스로 지켜내는 문화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담합을 하지 말라”는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구체적 상황별 가이드라인을 통해 임직원의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고, 위반 행위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며, 내부통제 실패에 대해서는 경영진 또한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BKL 공정거래리포트]에서는 변화하는 경쟁법 환경 속에서 기업이 직면하는 주요 규제 이슈, 공정거래 정책 동향, 주요 판례와 조사 사례를 분석하고 기업 경영과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사점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자 합니다. 권도형 변호사는 2013년부터 법무법인 태평양 공정거래그룹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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