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값은 못 올리면서"…국회서 '설탕세'만 꺼내는 이유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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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설탕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임형택 기자

지난 1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설탕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임형택 기자

콜라와 사이다, 에너지음료 등 가당음료에 부담금을 매기는 이른바 ‘설탕부담금’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청소년 비만과 당류 과다 섭취를 줄이겠다는 명분이지만, 도입될 경우 음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담배 가격 인상에는 신중한 정부와 정치권이 상대적으로 저항이 약한 식음료 제품부터 ‘건강세’ 논의에 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서 잇단 논의 … "연간 세수 1조 확보"

3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윤·정태호 의원,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설탕과다사용부담금민간협의체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가당음료에 대한 설탕부담금,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국내 가당음료 생산·수입 데이터를 토대로 한 세수 시뮬레이션 결과가 공개됐다.

송승주 수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공한 2021~2025년 가당음료 생산·수입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탕부담금 도입 시 연간 세수를 추정했다. 2021~2023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안에 가까운 가격 기준을 적용하면 연간 9000억~9700억원, 국내 기준 평균을 적용하면 약 7369억원이 걷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토론회에서 윤영호 서울대 교수안은 연평균 9090억원, 김선민 의원안은 6789억원, 이수진 의원안은 4274억원으로 추계됐다. WHO식 가격 기준을 적용한 추정치는 연평균 9322억원이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담배 판매대. 한경DB

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담배 판매대. 한경DB

"제로음료에도 '설탕세' 검토돼야"

설탕부담금은 말 그대로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별도 부담금을 붙이는 제도다. 현재 국회에는 가당음료에 부담금을 부과해 당류 섭취를 줄이고 국민건강증진기금 재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들이 올라와 있다. 관련 법안은 지난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어갔다. 일부 법안은 2027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치권과 의료계가 설탕부담금을 꺼낸 표면적 이유는 건강이다. WHO는 가당음료 세금 도입 또는 인상을 통해 가격을 높이고 수요와 소비를 줄일 것을 각국에 권고해왔다. WHO는 2023년 가당음료세 글로벌 보고서도 내고 각국의 제도 설계 사례를 비교했다.

식품업계가 이번 논의를 지켜보는 핵심은 가격이다. 부담금이 붙으면 제조사가 전액을 흡수하기 어렵다. 결국 출고가와 소비자가격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상도 콜라와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에 그치지 않는다. 설계에 따라 과채음료, 에너지음료, 스포츠음료, 커피음료, 액상차, 어린이 음료 등으로 번질 수 있다. WHO의 설탕음료 과세 매뉴얼도 탄산음료뿐 아니라 과일맛 음료, 주스류, 스포츠·에너지음료 등 폭넓은 음료군을 과세 대상으로 검토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는 대목은 ‘제로음료’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인공감미료 음료도 부담금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설탕 대신 감미료를 넣은 제품을 제외하면 소비가 제로음료로 옮겨가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다. 프랑스와 태국 등은 설탕뿐 아니라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도 과세 대상으로 삼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진열된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와 펩시 제품. 뉴스1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진열된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와 펩시 제품. 뉴스1

식품업계는 '난감' … "단맛 전반에 과세될 판"

식품업계는 난감한 분위기다. 최근 음료업계는 설탕을 줄이고 제로 제품을 늘리는 방식으로 소비자 수요와 건강 이슈에 대응해왔다. 인공감미료 제품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되면 사실상 ‘단맛 음료 전반’에 부담금이 붙는 구조가 된다. 한 음료업계 관계자는 “제로 제품은 설탕 저감 노력의 결과인데 여기에까지 부담금을 물리면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개선 유인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설탕부담금 논의가 민감한 이유는 담배세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5년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올렸다. 당시 명분은 국민 건강과 흡연율 감소였다. 이후 담배 관련 세수가 크게 늘면서 ‘서민 증세’ 논란이 거셌다. 당시 담배 세수는 2014년 6조9000억원에서 2015년 10조5000억원, 2016년 12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담배값은 정치권이 쉽게 손대기 어려운 영역이다. 가격 인상 때마다 흡연자 반발과 ‘서민 증세’ 논란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반면 설탕부담금은 ‘아이들 건강’과 ‘비만 예방’이라는 명분을 앞세울 수 있다. 다만 부담금이 붙으면 제조사가 이를 모두 흡수하기는 어렵다. 콜라·사이다·에너지음료 가격이 오르고, 부담은 편의점에서 음료를 사는 소비자와 학교 주변 청소년, 가격 인상분을 감당해야 하는 자영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가격 vs 당 함량' … 제도 설계 이견 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제도 설계를 둘러싼 이견은 크다. 가격 기준으로 매길지, 당 함량 기준으로 매길지부터 논쟁이다. 가격 기준은 세수가 안정적일 수 있지만 고가 제품에 더 많은 부담금이 붙는다. 함량 기준은 건강 위해 요인인 당류와 직접 연결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품별 산정과 관리가 복잡해진다. 영국·프랑스·멕시코·태국 등 주요국이 과세 대상, 비과세 대상, 과세 방식에서 서로 다른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비만율 증가의 심각성에는 공감하지만 새로운 부담금 신설에는 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과 국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식약처도 영양표시, 학교 내 고당 음료 판매 금지, 어린이 주시청 시간대 광고 제한 등 기존 비가격 정책을 우선 설명했다.

"담배값은 못 올리면서"…국회서 '설탕세'만 꺼내는 이유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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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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