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지난달 말 4100억달러 선에 복귀했다. 미국 달러화 약세로 50억달러 넘게 보유액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02억달러(약 557조원)로, 전월보다 56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지난 5월 말(4046억달러) 약 5년 만에 최소 수준까지 줄었다가 반등했다.
한은 관계자는 "달러화 약세로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늘어난 데다, 운용수익도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달러화는 6월 중 약 1.9%(미국 달러화 지수 기준) 평가 절하됐다. 이 영향으로 달러로 환산한 유로·엔 등 기타 통화 외화자산 금액이 증가하면서 외환보유액 증가로 이어졌다.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나눠보면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585억달러)이 14억7000만달러 줄었지만, 예치금(265억4000만달러)과 IMF(국제통화기금)에 대한 특별인출권(SDR·158억9000만달러)은 각 68억6000만달러, 2억1000만달러 늘었다.
금의 경우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달러를 유지했다. 보유량은 약 104톤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5월 말 기준(4046억달러)으로 세계 10위 수준이다. 지난 3월말 9위에서 10위로 하락한 후 순위가 유지됐다. 하지만 9위 홍콩(431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이 223억달러 불어나면서 격차는 벌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홍콩은 고정환율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하락할 때 달러를 매입해 환율을 유지한다"며 "5월에도 이런 개입이 많아 외환보유액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1위는 중국(3조2853억달러)이었고, 일본(1조2981억달러), 스위스(9808억달러), 인도(6913억달러), 러시아(6804억달러), 대만(5929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587억달러), 독일(4564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