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싱 사기로 4억 '꿀꺽'…'010' 전화 받았는데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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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붙잡힌 '변작 중계기 업체' 일당이 사용하던 텔레그램 계정. 일당은 해당 계정으로 보이스피싱 조직과 소통하고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홍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텔레그램 갈무리

경찰에 붙잡힌 '변작 중계기 업체' 일당이 사용하던 텔레그램 계정. 일당은 해당 계정으로 보이스피싱 조직과 소통하고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홍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텔레그램 갈무리

자영업자를 상대로 '대리구매 사기' 등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르는 해외 조직과 결탁한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070' 등으로 시작하는 발신자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010)로 변작해 주는 중계기 업체를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북부경찰서는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6일 중계기 관리조직 총책 20대 남성 A씨 등 2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A씨 등은 같은 나이의 동네 친구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등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강동구의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린 뒤, 외국인 명의의 e-SIM(embedded SIM·내장형 가입자 식별 모듈)이 장착된 중고 휴대전화 227대를 설치·관리하며 변작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들은 태블릿 등 다른 기기를 통해서 전화·문자를 보내는 기능(COD·Calls on Other Devices)을 악용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연동한 뒤,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이 태블릿에서 전화를 걸면 연동된 국내 스마트폰을 경유해 발신 번호를 '010' 번호로 표시되도록 했다. 시민들이 010으로 발신되는 전화·문자메시지는 받지만 국제전화나 인터넷전화(070)는 안 받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들이 제공한 서비스는 주로 군부대·교도소 등 공공기관을 사칭해 대리구매 사기를 벌이는 해외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에 이용됐다.

이들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소재 '황관'이라는 이름의 범죄단지와 거래해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관은 고수익 해외 취업을 미끼로 한국인을 유인해 감금한 뒤 강제로 사 범행에 동원하기로 악명 높은 곳이다. 지난 5월 이곳에서 한국인 조직원 15명이 현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검거된 중계기 조직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텔레그램 등으로 신원을 숨긴 채 보이스피싱 조직과 소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전화번호 한 개당 월 140만 원의 사용료를 받았으며, 범죄 수익금은 총 3억85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지난 7일 2억5000만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내렸다.

광주북부서 관계자는 "이들 조직에 외국인 명의의 e-SIM을 제공한 업자 및 이들과 공모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해서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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