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트럼프, 한미FTA 전면 재협상 원치 않아… 4, 5가지 사안만 수정 스몰딜 하자는 것”

6 hours ago 2

‘트럼프 무역정책 설계자’ 라이트하이저 前 USTR 대표 인터뷰
“韓 정치적 불안한 상황이지만
예상보다 빨리 합의할 가능성 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사진)가 한미 관세 협의와 관련해 “우리(미국)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전면 재협상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4, 5가지 사안에 대해 협의하는 ‘스몰 딜’을 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2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관세율을 0으로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일부 관세는 유지하되, 어느 정도 내려가도록 합의하고, 다른 몇 가지 이슈에 대해서는 상호 조율해 무역 불균형을 일정 부분 해소하자는 것”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1기 행정부 USTR 대표를 지낸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무역 정책의 설계자로 꼽힌다.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책사로 평가받는다. 미국 대선 이후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트럼프 2.0과 한국 경제, 관세전쟁과 저성장 위기’를 주제로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하는 2025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강연을 맡을 예정이다.

관세 부과와 협상을 동시에 운용해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 정책이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한 그는 “일부 사람들은 문제의 본질이 ‘관세’에만 있다고 착각한다. 진짜 문제는 ‘산업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도 이 같은 산업정책을 발전 전략으로 채택해 왔다. 포스코 등 훌륭한 회사를 보유하게 된 것도 보조금과 보호정책으로 기업을 육성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의 속도에 대한 온도 차에 대해선 “미국과 상대국 모두 정치적 의지가 있어야 통상 합의가 가능해진다는 측면에서 한국의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은 협상을 매우 복잡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험상 한국은 매우 현실적이고 유능해 가장 빠르게 조율해 나갈 나라 중 하나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관세 ‘0’은 불가… 현대차-삼성 투자처럼 韓美 이익될 카드 써야”

라이트하이저 前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트럼프, 관세로 무역균형 맞추려해… 관세 유지 선에서 스몰딜 병행 가능
방위비 문제도 패키지딜로 묶일것… 韓, FTA협상때 조기 참여해 잘풀어
양보항목 제시땐 협상 진전 있을것… 예상보다 더 빨리 합의할 가능성도


2018년 5월 1일(현지 시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워싱턴 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국 비즈니스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2018년 5월 1일(현지 시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워싱턴 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국 비즈니스 콘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관세 협상을 하더라도 관세율이 ‘0’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관세를 통해 무역 균형을 맞추려는 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표다. 기본 관세를 부과하되, 특정 국가에 대해선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관세를 유지하는 선에서만 ‘소규모 합의(small deals)’가 병행 가능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트럼프 1기 때 자신이 주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두곤 ‘좋은 협상 모델’이라며, 한국 당국이 조기에 협상에 참여해 문제를 잘 풀어나갔다고 평가했다. 이는 우리 정부에 이번 협상 역시 서두르라고 재촉하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당신은 ‘자유무역(free trade)’보다 ‘공정무역(fair trade)’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우리 모두 자유무역 이론을 알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실제로 이를 실천한 국가는 없다. 일부 사람은 문제의 본질이 단지 ‘관세’에 있다고 착각하지만 문제는 ‘산업정책’이다. 산업정책은 국가가 자국의 은행 시스템·노동법·환율·조세제도 등을 조정하면서 수출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이건 소비자에게서 자원을 빼앗아 생산자에게 넘겨주는 구조다. 그러면 이 과잉 생산을 받아 줄 나라가 필요해지는데, 역사적으로 그게 미국이었다. 지난 25년간 미국은 느린 경제 성장, 막대한 무역적자,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 정체 등의 결과로 고통받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격적인 관세정책을 예상했나.

“그렇다. 미국이 다른 국가들이 채택한 산업정책의 희생양이 됐다면 이제 그것을 어떻게 상쇄하느냐가 문제다. 기본적인 수준의 관세를 부과해 과대평가된 환율·보조금·산업정책 등을 어느 정도 보완해야 한다. 그런 다음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매우 크다거나, 중국산 제품이 들어오는 경로가 되는 국가들에 대해선 더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 기본 관세를 부과하되, 특정 국가에 대해선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조합이 필요하단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협상용이라는 시선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관세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는 분명하다. 협상을 통해 관세가 ‘0’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현실적인 수준에서 조정하고, 일정한 양보를 주고받는 게 매우 현명한 방식이다. 관세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스몰 딜’까지 병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좋은 (협상) 모델로는 트럼프 1기 시절 미국과 한국 간 FTA 개정 협상이 있다. 당시 한국은 매우 영리하게 접근했다. 유능한 장관들이 있었고, 조기에 협상에 참여해 문제를 현실적으로 풀어나갔다. 그 결과 한국은 다른 국가들이 겪은 많은 문제를 상대적으로 덜 겪었다. 이는 미국을 대하는 방식에서 현실적인 접근을 취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간엔 사실상 관세가 없다. ‘비관세 장벽’ 중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분야가 무엇인가.

“한국은 산업정책을 설계해 왔다. 한국이나 대만은 반도체 강국인데 그 이유가 뭘까. 실리콘 같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결국 산업정책 때문이다. 시장 접근성, 보조금, 저평가된 환율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리는 각국의 은행 시스템이나 공정거래법(반독점법) 등을 일일이 정하자는 게 아니다. 본질적으로 ‘무역 균형’을 세우는 게 목표다.”

―한미 정부의 통상 협상 속도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7월 초 ‘패키지 합의’를 강조하며 6월 대선 이후 합의에 방점을 둔 반면, 미국은 공개적으로 합의를 재촉하는 모습이다.

“아주 중요한 지점을 짚었다. 우리와 협상 중인 모든 국가는 대선 등 정치 일정과 각자의 타임라인이 있다. 한국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다. 미국과 상대국의 정치적 의지가 통상 합의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정치적 불안은) 협상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한미 간 관세 합의는 언제쯤 현실적으로 가능할 거라고 보는가.

“난 이번 협상에 직접 관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이 예상보다 더 빨리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우리는 지금 포괄적 한미 FTA 전체를 재협상하자는 것이 아니다. 4∼5가지 사안만 협상하자는 거다. 한국이 현실적으로 ‘무역 균형이라는 방향성엔 동의한다. 다만 우리에게 중요한 a, b, c 항목이 있고, 그 외 몇 가지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있다’고 한다면 진전이 있을 것이다. 미국도 농업을 강조하게 되면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될 것이므로 그 부분은 신중해야 한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등 안보 이슈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고 보는가.

“그렇다. 확실히 하나의 ‘패키지딜’로 묶이게 될 거라고 본다. 일단 한국이 협상 테이블에 가져와야 할 부분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되 한국의 이익은 심각하게 해치지 않는 대규모 투자다. 여기엔 국가안보적 함의도 있는 만큼, 그 안에 (안보 이슈까지)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협상 카드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미국에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이고 그에 대한 필요성도 있다. 현대차나 삼성의 투자 등은 명백히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한국 등 동맹국과의 신뢰를 해치고 있단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공격적인 무역 조치가 일부 동맹국들을 중국 쪽으로 기울게 할 거란 관측도 있는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무역흑자를 기록 중인 중국이 마찬가지로 흑자 국가인 유럽 등과 더 가까워질 거란 얘긴데, 그게 말이 되나. 누군가는 그 상품을 받아내야 한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유럽, 한국, 일본 등과의 경제 관계에서 중국에 더 큰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니 이 분석은 ‘터무니없는 말’(nonsense)이다.

특히 왜 국가들이 동맹을 맺는지도 봐야 한다. 미국과 한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가치관을 공유하고 미래를 함께 지키기 위한 안보적 이유로 동맹을 맺었다. 동맹이란 건, 누가 더 공격적이고 포식자인지 인식해 이에 함께 대응하는 개념이다.”

―당신이 한국의 통상 장관이라면 트럼프 행정부와 어떻게 협상하겠는가.

“일단 협상을 빨리 마무리 짓는 게 중요하다. 사실 한미 양측 모두 논의 대상이 무엇인진 잘 알고 있다고 본다. 아마 전반적으로 관세가 더 높아지게 될 것은 (한국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단지 미국 내 생산자와 비교할 때 약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일 뿐, 아시아나 유럽의 다른 해외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기업들과의 경쟁력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을 뿐이다. 그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이다.”

라이트하이저 前USTR 대표는…
트럼프 1기 무역정책 설계자
韓-美 FTA 개정협상 이끌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78)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무역 정책 설계자로 꼽힌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USTR 대표를 맡아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주도하며 미국의 무역 정책 패러다임을 바꿨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비롯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 지대) 지역인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나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1983년 36세의 나이로 USTR 부대표를 지내며 수십 건의 무역 협상을 이끌기도 했다.

2023년 펴낸 저서 ‘자유무역이라는 환상’은 트럼프 대선 캠프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그는 이 책에서 관세를 활용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시각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29일 ‘트럼프 2.0과 한국경제, 관세전쟁과 저성장 위기’를 주제로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하는 2025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강연을 맡을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의 핵심과 한국의 대응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한미 FTA 재협상 카운터파트였던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대담에 나선다.

2025 동아국제금융포럼 29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중구 롯데호텔 2층 크리스털
(등록 및 안내: 동아인사이트 홈페이지 www.donga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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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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