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용산 주택계획 조정안 … 예전과 비교해보니
주택 기존보다 4천가구 늘어
기업 유치할 오피스 축소될듯
업무지원존에 1500가구 추가
공원·녹지면적 완화 적용 검토
청년·신혼부부용 중소형 배치
가구당 평균면적 조정 가능성
정부가 추진하는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가구 공급안의 핵심은 단순한 주택 확대가 아니라 개발 성격의 변화다. 서울시의 6000가구 원안보다 주택 물량을 크게 늘리면서 업무·상업·문화 기능 조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국제업무 중심지로 키울지, 주거 비중이 큰 복합지구로 재편할지 갈림길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매일경제신문이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공동주택 5000가구와 주거용 오피스텔 5000실 등 총 1만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의 기존 6000가구 계획안과 비교하면 공동주택은 1500가구, 주거용 오피스텔은 2500실 늘어난 규모다. 사업시행자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학교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주택 계획 조정안을 마련했고, 국토교통부는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교육청 등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옛 철도정비창 용지 45만6099㎡에 업무·상업·주거·여가 기능을 집약한 글로벌 비즈니스 복합단지를 짓는 프로젝트다. 용산역과 연결되는 '국제업무존'을 중심으로 바깥쪽에 '업무복합존' '업무지원존'이 배치되는 3개 구역 구조다.
서울시 원안은 국제업무존의 업무 기능을 우선하고 주거는 배후지에 배치하는 방식이었다. 국제업무존에는 100층 안팎 랜드마크와 광역환승센터, 전시컨벤션, 호텔, 상업시설을 넣고, 업무복합존에는 프라임급 오피스, 업무지원존에는 업무시설과 교육·의료시설을 계획했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업무복합존과 철도 용지에, 공동주택은 업무지원존에만 배치했다.
반면 정부안의 가장 큰 변화는 국제업무존에도 주거용 오피스텔 796실을 넣는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주택을 두지 않았던 핵심 구역에도 주거 기능이 들어가는 셈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 목표를 1만가구로 끌어올리면서 기존 원안의 경계를 허문 것으로 풀이된다.
업무복합존에도 주거용 오피스텔이 기존 1850실에서 2822실로 972실 늘어난다. 문화시설이 계획된 복합문화존에는 오피스텔 382실이 추가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인근 철도 용지에는 오피스텔 1000실이 배치된다. 오피스텔 물량이 늘어난 만큼 당초 서울시가 구상한 프라임급 오피스와 문화시설 면적은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업무지원존의 변화도 크다. 공동주택 1500가구가 추가되며 일부 획지는 물량이 급증한다. C1은 815가구에서 1371가구로, C2는 460가구에서 1363가구로 늘어난다. 같은 용적률 700% 안에서 서울시가 잡았던 공급면적 기준 평균 115㎡(약 35평)형을 유지하려면 비주거 면적을 줄일 수밖에 없다. 설계 업계 일부에선 업무지원존이 사실상 '주거존'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대주택 비율 역시 높아질 전망이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임대주택 비율을 기존 25%에서 35%로 높여 공원·녹지 면적 완화 규정을 적용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동주택이 급증한 획지에는 청년·신혼부부 등을 겨냥한 임대주택 확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거 기능 확대에 따라 전체 연면적 대비 주거 비율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원안의 주거 비율은 29% 수준이었지만, 시뮬레이션상 가구당 평균 공급면적 35평을 유지한 채 1만가구를 공급하면 이 비율은 50%에 육박한다. 이를 40%대로 낮추려면 가구당 평균 면적을 공급면적 기준 92㎡(약 28평) 안팎으로 줄여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택 공급 측면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도심 공급난 완화에 도움이 되고, 토지 매각 방식의 사업 구조상 분양 물량 확대는 사업성을 높여 민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다만 국제업무 중심지의 정체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국제업무 기능이 강화될수록 고용과 세수 기반이 확대되고 도시의 성장 잠재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용산은 대중교통 중심 개발에 적합한 입지이자 서울 도심을 보완하는 광역 중심"이라며 "주거 비중이 커지면 일자리와 상업·문화 기능을 통해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핵심 거점 성격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용산은 한강과 남산을 곁에 둔 서울의 경제·교통·문화 중심지"라며 "정부의 1만가구 공급안은 서울의 100년 미래를 책임질 거점을 거대한 베드타운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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