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이유와 경쟁' 60대 소주회사 회장님…990원 소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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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3.31 16:38 수정2026.03.31 16:57

[단독] '아이유와 경쟁' 60대 소주회사 회장님…990원 소주 내놨다

중동 전쟁 여파로 이재명 대통령이 물가 안정 대응을 강화하는 가운데 병당 990원짜리 초저가 소주가 나왔다. 선양소주는 1일부터 ‘착한소주 990’을 990만병 한정 출시한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제외한 동네 슈퍼마켓 전용 상품으로, 업계에선 “팔수록 손해에 가까운 가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물가에 ‘초저가 역발상’ 승부

3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선양소주가 내놓은 ‘착한소주 990’은 도수 16도, 360mL 제품으로 병당 소비자가격이 990원이다. 편의점에서 참이슬과 처음처럼 360mL 소주가 통상 1900원 안팎에 팔리고 대형마트 가격도 1200~130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에 가깝다.

선양소주가 이런 승부수를 던진 것은 단순 가격 할인을 넘어선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통 마진을 최소화하고 제조사가 원가 부담을 떠안아 소비자 체감 물가를 낮추는 동시에 동네 슈퍼로 손님을 끌어와 골목상권 활성화에 힘을 보태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초저가 상품 자체의 화제성을 앞세워 브랜드 존재감을 전국 단위로 키우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31일 서울 중구 한 물류센터에 병당 990원짜리 소주 ‘착한소주 990’이 입고돼 있다. 권용훈 기자

31일 서울 중구 한 물류센터에 병당 990원짜리 소주 ‘착한소주 990’이 입고돼 있다. 권용훈 기자

선양소주의 이번 승부수가 주목받는 건 국내 소주 시장이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아이유를 광고모델로 내세워 지난해 참이슬과 진로 등 소주 매출로만 1조5221억원을 올렸고, 롯데칠성도 새로와 처음처럼을 앞세워 4203억원의 매출을 냈다.

두 회사가 국내 소주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가운데 유통망은 물론 광고 모델 경쟁까지 대형사 중심으로 굳어져 지역 업체가 정면 승부를 벌이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니치마케팅’…오너가 소주모델

선양소주가 수익성 부담까지 감수하며 초저가 제품을 내놓은 것도 대형 업체와 같은 방식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이를 가격과 유통 채널을 차별화해 대형 업체가 상대적으로 덜 공략한 틈새 수요를 파고드는 ‘니치 마케팅’으로 보고 있다. 정면 대결 대신 틈새시장을 공략해 시장 내 존재감을 키우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선양소주는 지난해부터 대기업과의 자본 경쟁 대신 오너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택했다. 아이유, 제니 등 톱스타를 앞세운 주류업계와 달리 조웅래 회장이 직접 광고 모델로 나섰다. 조 회장의 개인 SNS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합산 16만명 안팎의 구독자를 확보해 자체 홍보 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

조웅래 회장이 모델로 나선 소주 광고 포스터. 선양소주 제공

조웅래 회장이 모델로 나선 소주 광고 포스터. 선양소주 제공

외부 모델 기용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화제성을 키운 전략이다. 조 회장을 광고 모델로 내세운 뒤 선양소주 매출은 2024년 479억원에서 지난해 525억원으로 약 10% 늘었다.

주류업계는 이번 제품을 사실상 수익보다 홍보 효과를 노린 상품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판매가를 크게 밑도는 990원 가격으로는 정상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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