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일제강점기 올림픽 참여 11명중 9명… IOC 홈페이지에 한국 이름 첫 병기
“日이름 강요받아” 역사 배경 설명도
南선수 딸 “아버지 이름 찾아줘 감사”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동메달을 딴 남승룡 선수의 셋째 딸 남건옥 씨(80)는 12일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남 씨는 “아버지는 눈감으시는 날까지 한국 마라톤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셨던 분”고 덧붙였다.
일제강점기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에 참여했던 한국인 선수 9명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에서 일본 이름과 함께 한국 이름도 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일본 국적에 일본어 이름으로만 홈페이지에 기재돼 왔으나 국회와 대한체육회의 요구로 한국 국적과 한국어 이름이 병기된 것이다.
● 일본인으로 소개됐던 올림픽 영웅들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국적으로 올림픽에 참여한 한국인 선수는 11명으로 이 가운데 손기정, 남승룡 선수 등 9명의 한국 국적과 한국 이름이 IOC 홈페이지에 병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IOC는 홈페이지에서 손 선수에 대해 “당시 한국은 일본군 점령하에 있었기에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일본 대표팀 선발전을 통과해야 했다. 남승룡 선수와 함께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도록 강요받았으며, 손기정의 올림픽 기록은 일본 이름으로 남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시상식에서 손기정은 일장기가 게양되고 일본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자신의 승리를 지켜봐야 했다. 손기정과 남승룡은 고개를 숙여 묵묵히 항의 의사를 나타냈다”는 당시 상황 설명도 덧붙였다. IOC는 남 선수에 대해서도 “그 당시 한국은 일본군의 점령하에 있었기에 올림픽 참가 기록이 일본 이름으로 남은 것”이라고 설명을 바꿨다.
IOC 측은 대한체육회에 “한국 국회의원 명의의 서한 전달 등 국회의 노력으로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으로밖에 참여할 수 없었던 역사적 배경과 이름 등을 병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배 의원은 “IOC 홈페이지는 지금까지도 손기정을 일본 국적의 기테이 손(Kitei Son)으로, 남승룡을 일본 국적의 쇼류 난(Shoryu Nan)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관 부처가 협력해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부와 대한체육회 등이 IOC에 조치를 요구했고, IOC가 수용한 것이다.● “뒤늦게라도 한국어 이름 되찾아 감사”두 선수 외에 7명의 올림픽 영웅들도 한국인 이름과 국적이 병기됐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농구에 일본 국적으로 참여했다가 광복 이후 대한농구협회 등을 창립한 이성구 선수와 대한민국 여자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장이진 선수 등이다. 대한체육회는 IOC와 협력해 나머지 2명에 대해서도 한국어 이름 병기를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의 가족들은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손 선수의 외손자인 이준승 손기정기념재단 사무총장은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다른 선수들도 한국어 이름이 기입돼 다행”이라며 “앞으론 한국 이름과 국적이 먼저 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배 의원은 “늦게나마 조국 잃은 청년의 설움을 위로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11명 선수의 명예를 되찾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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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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