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범죄피해 불법체류자 신분 보호’ 유명무실, 작년 이용 109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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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방지” 도입 14년 됐지만
외국인들 제도 잘몰라 0.2%만 수혜
‘에어건 학대’에도 추방 두려워 숨겨
“상담창구 확대 등 법률지원 강화를”

범죄 피해를 입은 불법 체류자의 신분 노출을 막아주는 ‘통보의무 면제’ 제도가 시행 14년째를 맞았지만 지난해 수혜자는 전체 외국인 피해자의 0.2%에 불과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최근 한 불법 체류자가 ‘에어건 학대’로 장기가 파열되고도 한 달 넘게 신고조차 하지 못한 경우처럼 추방 위험 때문에 숨는 사례를 막기 위해 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상담 채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인권 침해 막자’고 도입했지만 이용자 극소수

출입국관리법 등에 따르면 경찰 등 공무원은 불법 체류자를 발견하면 원칙적으로 출입국·외국인청 등에 이를 통보해야 한다. 다만 폭행 등 범죄를 신고하는 과정에서 불법 체류 신분이 밝혀졌을 땐 예외적으로 통보하지 않는다. 사실상 수사기관이 불법 체류를 묵인하는 것이지만,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하고도 추방이 두려워 숨는 것보단 낫다’는 합의와 유엔의 권고에 따라 2013년 3월 관련 규정이 마련됐다. 지난해 11월부턴 임금체불 피해자도 혜택을 보게 됐다.

문제는 저조한 이용률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 제도를 이용한 불법 체류자는 109명에 불과했다. 시행 첫해인 2013년(110명)보다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불법 체류자를 포함한 국내 전체 외국인 범죄 피해자가 5만975명이었고, 국내 외국인 중 12.8%가 불법 체류자로 추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극소수만 제도를 이용한 셈이다.

실제로 태국인 불법 체류자 J 씨(49)는 2월 20일 경기 화성시의 한 제조업체에서 고용주 이모 씨(61)가 쏜 고압 공기 분사총(에어건)에 맞아 직장 등 장기가 파열됐지만, 그 사실이 이달 초 알려질 때까지 신고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체류 신분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했다. 2024년엔 한 20대 모로코인 여성이 불법 체류 중 남자 친구에게 폭행을 당하고도 피해자 조사를 거부해 결국 가해자를 검찰에 넘기지 못했다.

경기 화성시의 한 도금업체 대표가 함께 일하던 태국인 근로자의 항문에 에어건을 쏴 중상을 입혔다. 해당 공장에서 사용 중인 에어건. JTBC 캡처

경기 화성시의 한 도금업체 대표가 함께 일하던 태국인 근로자의 항문에 에어건을 쏴 중상을 입혔다. 해당 공장에서 사용 중인 에어건. JTBC 캡처
● “병원 등서 홍보하고 상담 창구 늘려야” 현장에서는 통보의무 면제 제도에 대한 홍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비자 발급이나 입국 심사 등 과정에선 이 제도를 안내하는 절차가 없다. 전부 ‘적법한 체류’를 전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 동행’ 고지운 대표변호사는 “어렵사리 상담소를 찾아온 피해자 중에서도 해당 제도를 알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도를 안내해도 ‘정말 추방되지 않는 게 맞냐’며 의심하다가 종적을 감추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니 불법 체류 신분을 빌미로 학대를 서슴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024년 한 부부는 불법 체류자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하자 “출입국사무소에 신고하거나 성매매 업소에 보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2020년엔 한 고용주가 밀린 임금을 요구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추방당하고 싶냐”고 폭언하며 폭행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따라서 폭행이나 임금체불 피해를 겪은 외국인이 가게 되는 병원과 상담센터에서부터 안내를 강화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등으로 상담 창구를 늘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고 변호사는 “가해자가 ‘쌍방 폭행’ 등으로 맞고소하면 실체와 관계없이 통보의무 면제 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구금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며 “최소한의 인권 보장을 위한 법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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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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