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형손보사 보험설계사 응시자, 카메라펜으로 문제 찍다 적발[금융팀의 뱅크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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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 “업체서 촬영 지시했을수도”
해당 업체 “개인 일탈일 뿐” 부인
금감원 “손보협 제재 사후 검사”

손해보험설계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합격해야 하는 설계사 자격 시험장에서 최근 대형 손해보험사 A사 소속 응시자의 ‘카메라펜 촬영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A사 소속 응시자가 초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펜으로 시험 문제를 촬영하다 감독관에게 적발돼 A사가 제재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금융감독원도 해당 사건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일 시험을 주관하는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A사 소속 응시자가 카메라펜을 사용하다 협회 감독관에게 부정행위로 적발됐다”며 “응시자와 응시자가 소속된 A사 지점장 또는 점포장에 대한 제재 수위를 곧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부정행위 적발 시 응시자는 1∼3년간 응시가 제한되며 응시자가 소속된 점포는 적발된 횟수에 따라 자격시험 신청 금지 1∼3개월의 처분을 받습니다. 보험설계사 시험은 개인 자격이 아닌 보험회사나 보험대리점 소속으로만 응시할 수 있습니다.

응시자가 대담하게 카메라펜으로 문제를 촬영했던 이유는 손해보험설계사 시험이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되기 때문입니다. 시험지도 반출이 불가합니다. 기존에 나왔던 시험 문제들이 무작위로 재출제되기 때문에 만약 카메라펜으로 문제들을 촬영할 수 있다면 이를 공유받은 다른 응시자들은 합격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A사가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소속 응시자들에게 조직적으로 문제들을 촬영해 오라고 지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손보협회도 이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A사는 올 5월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며 “매달 1000명의 설계사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입니다. A사는 경력직을 스카우트하기보다는 보험설계사 시험 응시자들을 교육하고 시험에 합격시켜 전속 설계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소속 응시자가 보험설계사 시험을 빨리 통과해 영업에 나서야 A사에도 보탬이 되는 상황인 것이죠.

A사는 “소속 응시자에게 카메라펜 촬영을 시켰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개인의 일탈”이라며 지시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손보협회는 문제 출제 풀을 2배로 늘리고 감독관 수도 2배로 늘렸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건 발생을 인지하고 있으며 손보협회가 결정한 제재 수위가 적정한지 사후 검사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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