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업체 99곳 수수료율 40% 이상
소규모 업자 수익 확보 걸림돌 지적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돌풍에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판매되는 ‘뮷즈(뮤지엄+굿즈)’의 매출이 급증했으나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뮷즈 수탁업체로부터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야당에서 제기됐다. 총 419개의 수탁 업체 중 99곳에 달하는 업체가 40% 이상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실이 국립박물관문화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판매되는 ‘뮷즈’는 올해 8월 기준 2288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직접 직접 기획 및 제작하고 수익도 전액 재단으로 귀속되는 ‘자체 상품’은 525종(33%)이었고, 외부 창작자(개인작가 또는 기업)가 만든 상품을 재단이 위탁받아 판매하는 상품인 ‘수탁 상품’은 1763종(77%)였다. 수탁 상품을 제작하는 업체는 판매금액에서 일정 수수료를 공제한 이후 지급을 받는다.
특히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뮷즈 수탁 상품에 최저 15%에서 최대 50%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상품의 경우 판매 금액의 최대 절반에 달하는 금액을 재단이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419개의 수탁 업체 중 40% 이상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업체는 99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82곳은 40%, 7곳은 45%, 10곳은 50%의 수수료율을 각각 적용받았다.
다른 유통채널이나 비슷한 성격의 다른 기관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는 게 박정하 의원실 지적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평균 수수료율이 6.63%이고, 공예·디자인 상품에 특화된 온라인 플랫폼 아이디어스는 15% 수준이다. 또 평균적으로 TV홈쇼핑은 27.3%, 백화점은 19.2%, 대형마트는 18% 수준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운영하는 동대문 DDP 디자인스토어의 수수료도 20% 수준이다. 이에 박 의원은 “ 영세한 예술인 및 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공공 폭리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케데헌’ 열풍에 품절 대란을 빚고 있는‘까치호랑이 배지’는 수수료율이 40%에 달했는데 판매가(1만4900원)에서 수수료 40%를 공제하면 8940원이 남는 것이다. 인기 품목인 ‘12지신 팔찌’(5000원)는 45% 수수료율을 적용받아, 수수료를 제하면 2750원이 남는 셈이다.
다만 국립중앙박물관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뮷즈’의 총 매출액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37억 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212억원으로 뛰었으며, 올해 8월 기준으로 이미 217억 원을 기록했다.
수수료율이 과도하게 책정된 상황에서 소규모 사업자나 개인 작가의 경우 실질 수익 확보가 어렵고, 장기적인 입점 지속이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게 박 의원실의 지적이다. 뮷즈 수탁 상품은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데, 이 때 수수료율이 심사 평가 항목의 20%를 차지한다.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하면 감점되고, 높은 수수료율을 써낼수록 선정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제도 설계 자체가 사실상 고율 수수료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박 의원은 “뮷즈의 폭발적 흥행 뒤에 창작자가 떠안는 과도한 수수료가 숨어 있다”며 “공공기관이 민간보다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 제도 취지에 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수료율 상한 조정과 선정 방식 개선을 통해 예술인과 소상공인이 실질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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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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