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중기부 무역범죄 수사
홍콩에 페이퍼컴퍼니 만들어
저가의류 ‘셀프 수출입’ 반복
허위매출로 IPO前 자금유치도
보험급여 타내려 수입가 조작
성인용 보행기업체도 적발
정부가 수출입 가격을 허위로 꾸며 국가 재정을 편취하고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관세청 특별사법경찰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기업 지원사업 내역을 확보해 정밀 분석에 들어갔으며, 부처 간 공조를 통해 부당 이득을 챙긴 기업들을 집중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28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관세청 특사경은 허위 수출 실적 등을 내세워 중기부 정책자금을 부정 수급한 기업들을 적발할 계획이다. 관세청이 무역범죄 수사를 위해 중기부와 별도 공조 창구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지원사업을 노린 기업들의 수출입 실적 조작 범죄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번 협력 결과를 바탕으로 성과가 확인되면 업무협약을 통해 자료 공유를 정례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공조 범위가 다른 부처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기업 대상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부처로는 산업통상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이 꼽힌다.
관세청이 이처럼 고강도 수사에 나선 까닭은 조작 범죄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입 실적 조작 범죄 적발 액수는 3852억원에 달했다. 이전 4년간 적발 금액도 2021년 2894억원, 2022년 1087억원, 2023년 4766억원, 2024년 9062억원 등 매년 수천억 원대에 이른다.
수출입 실적 조작은 공적자금을 부정 수급할뿐더러 자본시장 교란으로 이어지기 쉽다.
A기업은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허위 실적을 만들기 위해 저가 재고 의류를 반복해서 수출입하고, 350억원 상당을 고가 신고해 매출 실적을 부풀렸다.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 대상 정부 지원 금융 대출 320억원을 편취하고, 상장 예정 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주식 가치를 띄워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청 특사경은 A사 관계자 등을 관세법상 가격 조작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수입 가격 조작을 통한 공공재정 편취도 심각한 문제다. 보청기, 성인용 보행기 등 복지용구가 주요 범행 대상이다.
실제로 관세청은 최근 보험급여 편취를 목적으로 성인용 보행기 등을 고가로 수입한 B사를 관세법상 가격 조작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복지용구는 수입 가격을 기준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험급여를 책정하는 점을 악용한 사례다. 수가가 높게 책정될수록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고, 통상 15% 안팎인 구매자 본인부담금도 함께 늘어나게 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복지용구 등의 가격 조작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이어질 뿐 아니라 노인 등 취약계층의 부담을 키우는 악질적 범죄”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세관당국은 정부 지원사업을 노린 실적 부풀리기 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가격 조작으로 실적을 부풀린 기업이 지원 대상에 선정되면 실제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갖춘 유망 기업들이 기회를 빼앗길 수 있어 엄정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에서는 기업 지원사업 요건을 맞추기 위해 허위로 수출액 등 실적을 꾸며낸 기업들이 주요 타깃이 될 전망이다.
수출액 집계 기간 마감 직전에 실적이 급증한 기업들이 점검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세청 특사경은 수출 신고 내역과 가격 정보 등 자료를 종합해 실적 조작 여부를 판단한 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세관당국 관계자는 “평소 취급하지 않던 품목을 갑자기 수출하거나 통상 가격보다 과도하게 높은 가격으로 신고한 경우 등도 의심 사례로 분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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