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점포 몰려 큰불 취약한데
가입률 23.6%로 전국 최저
“실질적인 유인책 마련돼야”
서울 지역 전통시장의 화재공제 가입률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통시장에서 불이 나면 시장 전체가 화마에 휩싸여 피해 규모가 커지는 만큼 이를 대비하기 위한 행정적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 기준 서울지역 전통시장 화재공제 가입률은 23.6%에 그쳤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전통시장 화재공제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사업이다. 화재 발생 시 민간보험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보장을 제공해 상인들이 신속히 피해를 복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지역별 가입률 격차는 뚜렷하다. 전국 평균은 36.4%로 집계됐지만 서울은 이보다 훨씬 낮았다. 전국 최고 수준인 인천(67.0%)과는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K푸드’ 열풍으로 관광객이 자주 찾는 서울의 주요 전통시장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광장시장의 가입률은 3.6%, 평화시장 10.6%, 남대문시장 19.7%에 불과해 모두 20%를 밑돌았다.
전통시장은 점포가 밀집해 있고 시설이 노후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한번 불이 나면 대형화재로 번지기 쉬워 금전 피해도 크다. 곽상언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5~2024년) 전통시장 내 화재는 총 556건이 발생했고, 누적 재산 피해는 1417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일반 화재는 40만5977건 발생해 약 7조4259억원의 피해가 집계됐다. 전체 건수는 전통시장보다 많지만 화재 1건당 피해 규모는 전통시장 화재가 훨씬 컸다. 전통시장 화재 한 건당 평균 피해액은 2억5400만원으로, 일반 화재(1800만원)의 14배 이상 큰 금액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전통시장법)’을 개정해 화재공제에 대한 정부 지원 근거를 명시했다. 그러나 올해 예산에는 관련 항목이 반영되지 않았다. 중기부 관계자는 “예산을 편성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지만 반영되지 못했다”며 “현재는 국회 차원에서 예산 확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태헌 국립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은 대형 쇼핑몰이나 지하상가와 달리 소화 설비 설치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어 화재 발생 시 대형화재로 번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재공제는 상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대다수가 세입자인 상인들이 자비로 가입해야 하는 부담이 커 가입 유인이 낮다”며 “화재 예방 교육 확대와 함께 정부·지자체의 예산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상언 의원은 “화재공제 가입률이 낮은 것은 상인들의 안전 불감증이 아니라, 생계를 지켜주지 못하는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비 예산을 즉시 확보하고, 보상금액을 현실적으로 책정하는 등 가입을 유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