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 에너지 정책따라
우후죽순 추진하던 연료전지
사업 철회 선언 곳곳서 속출
LNG 등 연료가격 급등 직격탄
주민반발·정부 정책 변화도
전라남도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에서 추진하던 100㎿급 대규모 수소연료전지발전 사업이 전면 백지화됐다.
수소연료전지발전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한 후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LNG 가격이 급등하며 사업성이 떨어진 데다 정부 정책 변화로 이전보다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사업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29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대불국가산단에서 추진하던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에 대한 사업 취소를 최근 고시했다. 이 사업은 대불국가산단에 100㎿ 규모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세우는 것으로 사업비가 610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착공에 들어가 내년 12월 준공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백지화된 것이다.
이 사업은 한국중부발전과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주로 맡았었다. 중부발전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와 발전소 운영을 담당하고, 두산중공업은 수소터빈 개발과 연료전지 기자재 공급 등 설계·조달·시공(EPC)을 맡을 예정이었다. 또 영암 지역 기반 재생에너지 기업인 제이씨에너지는 개발사업 인허가 수행과 사업 용지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영암군 관계자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업 주체에 자금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와도 매우 긍정적인 논의가 오갔고, 이익 공유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그동안 사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부발전과 두산 측도 사업을 추진하던 제이씨에너지 측과 업무협약(MOU)을 맺었지만 이후 사업 자체가 흐지부지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연료전지 발전소 건립이 우후죽순으로 추진되다가 이번 정부 들어 사업이 좌초되는 일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인천 송도에 건립하려던 100㎿급 연료전지 발전소도 지난해 사업이 전면 취소됐다. 2021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2022년 12월 산업부 전기심의위원회에서 보류를 결정했다. 발전사업자들은 지자체와 주민 반대 여론을 고려해 발전허가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뒤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대전 평촌일반산단, 여주 신남리 등지에도 연료전지 발전소를 세우려고 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참여 기업들은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거나, 주민 반대를 극복하지 못해 사업을 철회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평가한다.
한국가스공사가 연료전지사업자에게 공급하는 천연가스 요금은 2020년 말 메가줄(MJ)당 8.35원이었지만 2022년 10월에는 29.9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12월 기준으로 천연가스 요금은 19.4원으로 2020년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연료전지 발전소 중 수익이 나는 사업이 많지 않다”며 “LNG 가격에 따라 수익성이 나오는 구조인데, 연료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안 나오니 발을 뺀 발전공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의 변화도 악재로 작용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확보해야 하는 발전사들이 연료전지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지난해 정부가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를 도입하고 연료전지를 이 제도 아래에 뒀다. 이 제도는 입찰을 거쳐 새로 설비가 건설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수요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