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활용해 대리시험 유도
“시험 감독관도 매수할 테니
일단 계약금부터 입금하라”
위조 수능 성적표 판매 기승
구매만 해도 형사처벌 대상
“120만원에 의대 갈 성적으로 맞춰드립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부담이 커진 수험생들을 노린 범죄의 유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돈만 내면 감독관을 매수해 원하는 성적을 내줄 수 있다며 대리 시험을 제안하거나 수능 성적표를 위조해주겠다며 부정행위를 유도하는 글로 수험생들에게 미끼를 던지고 있다.
10일 X(엑스·옛 트위터) 등 SNS에 ‘수능대리시험’ 등 부정행위와 관련된 검색어를 입력하면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들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한 계정으로 연락해 실제로 대리시험을 의뢰할 수 있는지 묻자 그는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 계정으로 대화를 유도했다.
연결된 담당자는 “브로커와 감독관을 매수할 수 있다”며 “총 120만원인데, 첫 거래비는 브로커 계약비 30만원이고 나머진 후불”이라고 말했다. 의대에 갈 수 있는 고득점도 만들어 줄 수 있는지 묻자 “원하는 성적을 말하면 맞춰준다”며 “6년 동안 셀 수 없이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대리 응시자의 학벌 등 신상을 문의하자 그는 “그건 계약 후 알려준다”면서 대신 990점(만점) 토익(TOEIC) 시험 성적표 사진을 전송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수능 부정행위 적발 현황’에 따르면 최근 5개년도 수능에서 적발된 부정행위 건수는 총 1174건으로 집계됐다. 부정행위론 휴대전화 또는 기타 전자기기 소지·종료령 후 답안 작성·대리 응시 등이 있다.
최근 들어 부정행위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부정행위 건수는 2020학년도(254건)부터 2022학년도(208건)까지 줄었지만 이듬해부터 다시 늘어 2024학년도엔 262건을 기록했다. 이중 지난 2020학년도 수능에서 발생한 2건을 제외한 나머지 적발 건은 그해 시험이 무효 처분됐다.
수능 대리시험이 적발될 경우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2020학년도 시험에서 군대 후임에게 대리응시를 사주한 선임병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됐고, 부정한 휴대물(컨닝페이퍼)을 소지한 수험생은 그해 시험과 다음 해 시험에서 모두 응시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수능 성적표와 관련된 불법행위 게시글도 다수 확인됐다. 수능 성적표를 위조해준다는 SNS 계정 이용자는 “수능 성적표 수정은 먼저 제작을 한 이후에 돈을 받고 새로 만드는 작업은 결제받고 제작애 착수한다”며 “둘 다 20만원”이라고 밝혔다. 계정 담당자는 “육안으로 봤을 때 대입용이랑 동일하다”며 “사용은 알아서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수능 성적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통제 하에 관리돼 성적표 위조만으로 성적까지 위조할 수 없다. 교육부에서 수험생이 지원한 대학에 수험생의 수능 성적을 알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가짜 성적표’는 주로 등록이 치열한 재수학원에 제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조된 수능 성적표를 판매하는 행위와 구매하는 행위는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 판매자에겐 공문서 위조 혐의가 적용될 수 있고, 구매자도 위조공문서 행사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수능과 관련된 불법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별로 감독관의 고사장 배치는 관내에서 무작위로 배정되고 교육부 내부에서도 대외비로 관리하기 때문에 감독관을 매수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수험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 괸계자는 이어 “필요하면 부정행위를 유도하는 글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