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장의 '포스터'로 단 하룻밤새 '스타작가' [화폭역정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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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의 ‘몽상’(1897). 무하만의 특유한 그림에 붙은 별칭인 ‘무하양식’을 넘어 당대 크게 유행한 아르누보 양식을 가장 완벽하게 정립한 대표작으로 꼽힌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을 강타한 아르누보는 자연물에서 영감을 받은 유기적인 곡선과 화려한 장식이 특징. 이 작품에서는 여인의 부드러운 옷주름, 성화의 후광 같은 원형과 그 내부를 채운 꽃과 덩굴 문양 등으로 구현됐다. 1898년 달력 판화용으로 제작했으나 대중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달력 문구를 제거한 뒤 아트포스터로 다시 제작해 판매했다. 다색 석판화, 72.7×55.2㎝.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영국 런던) 외 다수 미술관 소장.여기, 세상이 열광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누구나 찬사를 아끼지 않는 걸작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름다운 작품, 화려한 명성 뒤에 숨은 화가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지독하게 어긋난 운명, 고단하고 허무한 삶이었노라고 말입니다. 이데일리는 오랜 시간 ‘그림이 하는 말’을 들어온 이윤희 미술평론가와 함께 세계미술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천재작가들의 인생역정을 더듬습니다. 단순한 일대기를 넘어섭니다. 뜨거운 예술혼이 맞닥뜨린 차가운 현실, 그 쓸쓸한 생이 한사코 밀어냈을 결정적 장면을 엿봅니다. 삶이 묻고 그림이 답합니다. 캔버스에 굽이치던 화가의 인생길 ‘화폭역정’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께 다가섭니다. <편집자> [이윤희 미술평론가] 1895년 새해 첫날 새벽. 프랑스 파리의 눅눅하고 차가운 겨울 거리에 길쭉한 포스터 한 장이 나붙었다. 실물대에 가까운 여인이 종려 잎을 든 채 비잔티움의 모자이크를 배경으로 비스듬히 서 있는, 누구도 본 적 없는 형식의 그림이었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가 르네상스극장에서 주연으로 서는 연극 ‘지스몽다’(빅토리앵 사르두 희곡)를 알리는 포스터였다. 길고 우아한 실루엣의 여인이 담긴 2m가 넘는 포스터 앞에서 사람들은 넋을 잃고 멈춰 섰다. 밤이 되면 포스터를 조심스레 떼어내 집으로 가져가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이 한 장의 그림으로 체코 출신 무명 화가 알폰스 무하(1860∼1939)는 파리의 유명인물로 떠올랐다. 불과 하룻밤새의 일이었다. 새해를 앞둔 성탄절 무렵 인쇄소에서 컬러 교정을 보던 무하에게 당대 연극계의 여왕 베르나르는 시급히 포스터를 만들어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을 해왔다. 이미 공연하고 있던 ‘지스몽다’의 연장공연을 알리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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