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청와대 시대' 열리나…이명박·노무현 맛집도 '들썩'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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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 /사진=이민형 기자

청와대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 /사진=이민형 기자

조기대선이 50여일 남은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 청와대로 대통령 집무실 재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차기 정권에서 청와대 관람 중단을 우려한 시민들이 몰리려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청와대 복귀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은 일단 용산에서 시작하되 청와대를 개조해 청와대로 이전하자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시장 퇴임식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연히 청와대로 복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면 용산 대통령실을 그대로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는 13일 대선 출마 선언을 예고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비용 문제를 들어 용산 집무실 이전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세종 이전 가능성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윤 전 대통령 파면 후 '용산 불가론'이 확산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 지시로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을 재추진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은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청와대는 70년 넘게 집무실로 사용된 만큼 상징성과 역사성 면에서 강점이 있다. 용산 집무실을 그대로 쓰면 이전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세종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면 실질적 지방 분권 시대를 열 수 있다.

청와대 이전에 최근 경기 침체까지 만난 인근 상인들은 반색하는 모습과 집회가 끊이질 않을 가능성에 우려하는 모습이 혼재했다.

청와대 개방 후 매출 30% 하락 호소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종종 방문했다는 청와대 인근 해장국집(왼쪽)과 청와대 개방 이전 집회가 열리면 경찰에 의해 통행이 차단됐다는 '자하문로' 모습(오른쪽). /사진=이민형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종종 방문했다는 청와대 인근 해장국집(왼쪽)과 청와대 개방 이전 집회가 열리면 경찰에 의해 통행이 차단됐다는 '자하문로' 모습(오른쪽). /사진=이민형 기자

청와대 재단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첫 주말 동안 청와대 방문객 수는 급증했다고 한다. 특히 일요일이었던 지난 9일 방문객 수는 만 명을 돌파해 3월 대비 2배가량 늘어났다. 차기 대통령 선거 이후 청와대 관람이 중단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시민 방문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불경기에 뜻밖의 호재를 만난 청와대 앞길 인근 상인들은 집무실의 청와대 복귀 가능성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상인들은 2022년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대통령비서실 소속 직원들이 종로에서 용산으로 이주함에 따라 이곳 매출이 30%가량 떨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 청와대 직원들의 회식 장소로 자주 이용되던 한정식집과 식사 장소였던 곰탕집 등은 2022년 청와대 개방 이후 매출 감소로 잇따라 폐업한 곳도 속출했다고 한다.

대통령비서실 공무원 정원표에 따르면 대통령실 전체로는 대략 1000여 명의 직원이 있다. 그중 대통령경호처 소속 직원이 500여 명이고 나머지 450여 명이 대통령비서실 소속 직원이다.

20년째 이곳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상인 A씨는 "예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도 우리 가게에 왔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직원들 데리고 여러 번 방문해서 내가 직접 서빙하기도 했다"며 "그때는 청와대 직원분들이 회식도 많이 하셨는데 요즘은 그런 게 전혀 없으니까 어렵다"고 전했다.

40년째 이곳에서 장사한다는 편의점 업주 B씨는 "솔직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다고 했을 때 아주 미웠다"며 "요즘 아르바이트생 월급 주기도 빠듯하다"고 호소했다.

◇ "청와대 돌아와도 걱정"

청와대 복귀가 현실화한다고 하더라도, 이곳 일대에서 집회가 재개돼 상권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인근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C씨는 "개방 이전에는 이곳 앞 자하문로에서 하루에 5곳씩 집회했다"며 "집회하면 경찰이 도로를 아예 통제해버려 머리가 아프긴 하다"고 털어놨다. 실제 문재인 정부 때까지만 하더라도 일대는 시위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실제 외국인 관광객들은 최근 이곳 주변 시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호주에서 온 관광객 아일라(23)씨는 "매일 이곳에서 집회가 열렸다 보니 시끄럽고 통행이 어렵기도 했다"며 "여행 날짜를 잘못 잡은 것 같아 걱정이었다"고 응답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가 열리면 도로 통제로 인해 인근 상권 접근이 다소 어려워질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집무실 재이전으로 직원들이 상시 방문하며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일단 차기 대통령이 용산 집무실에서 임기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희정 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시간이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업무를 용산에서 시작하는 게 불가피하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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