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터로 돌아간다"...토트넘 혼쭐낸 아마추어팀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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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01-14 오전 12:00:00

    수정 2025-01-14 오전 12:00:00

잉글랜드 5부리그에 속한 탬워스의 수비수 벤 크롬프튼이 토트넘과 FA컵 3라운드 경기에서 손흥민의 슈팅을 막고 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과 함께 사진을 찍고 유니폼을 교환한 뒤 SNS에 이를 자랑했다. 사진=AFPBBNews
경기 후 손흥민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탬워스 소속 수비수 벤 크롬프튼. 사진=벤 크롬프튼 SNS 캡처
탬워스 소속의 토미 통크스가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다. 그는 축구를 하지 않을 때 생업을 위해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샌드위치를 판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건물 측량사, 샌드위치 푸드트럭 사장님, 옷가게 점원, IT 소프트웨어 매니저 등이 모인 아마추어 축구팀이 손흥민이 활약 중인 토트넘 홋스퍼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잉글랜드 축구 5부리그에 속한 탬워스는 12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탬워스의 더램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4~25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3라운드 경기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1부리그) 소속의 토트넘과 연장 접전 끝에 0-3으로 졌다.

탬워스는 전후반 90분 동안 토트넘의 파상공세를 필사적으로 막아낸 끝에 0-0으로 비겼다. 토트넘은 손흥민 등 일부 핵심 멤버를 제외하고 주전 멤버 상당수가 포함된 1.5군으로 나섰다. 그런 토트넘을 상대로 5부리그팀 탬워스는 실점을 내주지 않고 버텨냈다.

후반 종료까지 0-0으로 비기자 다급해진 토트넘은 부랴부랴 손흥민을 교체 투입했다. 손흥민 등이 투입되자 공격이 살아난 토트넘은 체력이 떨어진 탬워스를 상대로 연장에서만 3골을 몰아쳤다. 손흥민도 두 번째 골을 어시스트했다.

탬워스는 비록 패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단숨에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동네 조기축구팀이 K리그1 정상급 팀과 대등한 싸움을 벌인 것이다.

잉글랜드 축구 리그는 ‘풋볼 피라미드’라고 불린다. 7000개 이상 팀이 크게 10단계로 운영된다. 최상위 리그는 손흥민, 황희찬 등이 활약하는 프리미어리그(EPL)다. 그 밑으로 잉글랜드 풋볼리그(EFL) 챔피언십(2부), EFL 리그 원(3부), EFL 리그 투(4부)로 구성된다. 흔히 잉글랜드에서 전문 선수들이 뛰는 프로축구라고 하면 리그 투까지를 의미한다.

5부리그는 내셔널리그라고 한다. 내셔널리그는 보통 정식 프로로 인정받지 못한다. 선수들 대부분 생업을 위해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을 이용해 축구선수로 활동한다. 그래서 종종 제대로 된 리그도 아니라는 뜻의 ‘넌리그’로 불리기도 한다.

이날 토트넘의 수많은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낸 골키퍼 자스비르 싱은 건물 측량사로 일하고 있다. 경기 전날 아들을 낳은 싱은 “아내가 아직 병실에 누워있는데 오늘 경기에 뛸 수 있도록 허락해줘 감사하다”며 기뻐했다.

날카로운 롱 스로인으로 토트넘 수비를 흔들었던 미드필더 토미 통크스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푸드 트럭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판다. 수비수 클리네인 리버드는 IT 소프트웨어 매니저, 최전방 공격수 백레이 이노루는 옷가게 점원이다.

감독 조차 ‘투잡’을 뛰고 있다. 이 팀의 앤디 피크스 감독은 영국 케터링의 트리샴대에서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경기를 앞두고 불과 사흘 전에 구단과 ‘정규직 계약’을 맺었다.

피크스 감독은 “선수들은 내일 모두 일터로 돌아가지만, 당당하게 나갈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고, 정말 자랑스럽다”며 “우리는 11명의 세계적인 선수를 상대한 파트타임 클럽”이라고 말했다.

노팅엄 트렌트대 강사인 오른쪽 윙포워드 토마스 맥글린치는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면서 “놀라운 하루였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게 못내 아쉽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장전에서 손흥민을 밀착마크했던 탬워스의 2003년생 수비수 벤 크롬튼은 경기 후 손흥민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고 ‘특별하다(Special)’며 기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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