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대표님, 우리 아이는 아이비리그에 다닙니다. 학점도 우수하고 영어도 원어민처럼 구사합니다. 미국에서 취업하는 데 큰 문제는 없겠죠?” 지난 25년 넘게 미국 이민과 유학, 취업 시장의 최전선을 지키며 수많은 부모님을 만나왔지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자녀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과 기대가 가득 담긴 그 눈빛을 마주할 때 마다 나는 늘 무거운 마음으로 입을 떼곤 한다. 이것은 부모님들이 가진 가장 흔한 믿음인 동시에, 현실을 외면한 가장 위험한 착각이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 취업 시장에서 명문대 졸업장이나 뛰어난 ‘능력’은 기본 조건일 뿐이며 진짜 취업의 문을 여는 입장권은 다름 아닌 ‘신분(Visa)’이다. 미국은 철저한 실력주의 사회가 맞지만, 그 실력은 비자라는 좁은 문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평가받을 수 있다. 한국의 부모님들은 미국을 “능력만 있으면 기회가 활짝 열리는 기회의 땅”으로 여기지만, 실제 기업의 채용 시스템은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인사 담당자가 이력서를 검토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항목은 지원자의 출신 대학이나 화려한 학점이 아니라, “이 지원자를 합법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미국 기업의 입장에서 외국인 고용은 행정적 번거로움과 막대한 비용, 그리고 불확실한 리스크를 떠안는 행위다. 비자가 없는 지원자는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서류 검토 대상에서 즉시 제외되기 일쑤이며 채용되더라도 추후 비자 추첨에서 탈락할 위험 때문에 기업들은 채용을 꺼린다. 굳이 복잡한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며 외국인을 뽑아야 할 ‘압도적인 이유’가 없다면 기업은 당연히 안전한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를 선택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현재와 미래의 제도적 환경 변화다. 2025년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는 유학생과 외국인의 취업 환경은 그야말로 ‘생존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인의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보호한다”라는 강력한 기조 아래 F-1 학생비자의 체류 기간 제한, OPT 기간 축소, H-1B 취업비자 장벽 강화 등 유학생들에게 불리한 정책들이 예고되었거나 이미 시행되고 있다. 과거의 성공 공식이었던 ‘유학 후 졸업, OPT를 거쳐 취업비자와 영주권 취득’으로 이어지던 루트는 이제 사실상 붕괴하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자녀의 유학 전략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학 입학은 출발선일 뿐 결코 목적지가 될 수 없다. 유학은 자녀의 인생을 건 10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이기에 이제는 ‘입학부터 영주권까지’를 하나의 연결된 로드맵으로 설계해야 한다. 전공 선택 단계에서부터 비자 취득 가능성을 고려하고 졸업 후 어떤 신분으로 미국 사회에 안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를 위해 부모님들께 항상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권한다. 유학의 성공은 자녀의 노력과 부모의 준비라는 두 바퀴가 동시에 굴러갈 때 가능하다. 전공 경쟁을 확보하고 치열하게 학점을 관리하며 인턴십을 경험하는 것은 온전히 자녀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비자가 막힐 경우를 대비한 ‘플랜 B’를 마련하고 영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루트를 탐색하며 자금과 수속 타이밍을 계획하는 것은 오직 부모만이 준비해 줄 수 있는 영역이다.
구체적으로 자녀가 이공계(STEM) 인재라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영주권을 취득하는 NIW 도전을 인문·경영·예체능 계열이라면 부모의 자산을 활용한 EB-5 투자이민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판단이 졸업 시즌에 닥쳐서가 아니라 유학을 떠나는 시점 혹은 그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유학은 자녀에 대한 사랑인 동시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투자다. 그 투자가 실패로 끝나지 않으려면 반드시 확실한 ‘출구 전략’이 있어야 하며 미국 유학의 출구 전략은 단순한 ‘취업’이 아니라 안정적인 ‘신분’ 확보에 있다. 졸업장은 학교가 수여하지만, 자녀가 미국 땅에서 자유롭게 꿈을 펼칠 수 있는 ‘자유’, 즉 영주권은 부모님의 현명한 판단과 실행력에서 나온다.
“우리 아이는 공부를 잘하니까 알아서 잘하겠죠?”라는 질문 속에는 아이에 대한 믿음과 함께 어쩌면 부모로서의 책임을 미루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능력은 아이가 쌓지만 그 능력이 온전히 머물 수 있는 자리는 부모가 만들어 주어야 한다. 공부는 아이의 몫이지만 아이의 날개가 꺾이지 않도록 시대의 바람을 읽고 방향을 잡아주는 일은 부모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학위는 아이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이고, 신분은 부모의 현명한 선택의 결과다.
[김지영 객원칼럼니스트(국민이주 대표)]



















English (US) ·